[카대리 벽지] Mr. Comatose!!!!! + [수퍼내추럴 팬픽션] 개와 늑대 (2/2)
2010/03/04 16:51 Supernatural
기초체력은 강하면서 맨날 비실대는 카대리이심다.
1400*900

* 이 글은 미국 드라마 '수퍼내추럴'의 팬픽션으로 .. 예전같으면 엑스파일 팬픽션 사이트에 우격다짐으로 넣었겠으나, 이젠 그러하지 아니한 고로 여기에 올립... (이거 핑계지요 -_- 넵)
* 심지어 두 편에 걸쳐!!!!! 올렸어요.
* 즐거운동인라이프를제공하는건전여성향과 거리가 백만 광년인 이 글을 소심늘보님께 바침다.
* 이 글은 CW, 에릭 크립키 제작의 드라마 '수퍼내추럴'의 팬픽션입니다. 저작권에 해를 끼칠 의향이 전혀 없습니다.
* 저는 정상적인 여성향과 거리가 백만 광년입니다. 그러므로 보통 팬픽션의 무드를 생각하고 오신 분은 광분할 요량이 높으니 부디부디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헥헥.
* 이 글의 시간대는 시즌 5 14편 이후입니다. 따라서 최신 에피소드를 안 보신 분들께는 "????????????"의 연속입니다.
* SN504 The End 에피소드 후속(Post Episode)
* 등급: PG
more..
6.
“이년아, 당장 거기서 나와!!”
딘은 뒤로 물러서면서도 고함을 질렀다. 샘은 형을 막아섰다. 그 순간, 카스티엘이 샘을 저쪽 벽에 집어던졌다. 그리고 딘은 갑자기 목이 졸리는 느낌이었다.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길지 알고 있었지? 딘?”
“무슨 얘기.. 이것 좀 놓.. 이 더러운...”
“난 릴리스가 아냐. 착각하지 마라. 넌 얘기하지 않은 게 있어. 이미 다 알고서도 말이다.”
“너 취향이 참... 전엔 꼬마 애더니, 이젠 남자냐?”
하얀 눈의 카스티엘이 눈조차 깜박이지 않으며 다가왔다.
“절대 변하지 말라고 했지.”
숨이 막혀서 컥컥 대던 딘의 눈이 커졌다.
“단지 그것뿐이었어. 5년 후에, 어떻게 될지 다 얘기하지 않았어. 가장 중요한 걸 말이야.”
“내가 말 한 번 제대로 했네. ...절대 변하지 말랬더니만... 하필 하고 한 것 ... 릴리스냐.”
“해 줄 말이 겨우 그거밖에 없었던 거냐? 그걸로 충분했다고?”
딘은 차마 얼굴은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지만 믿을 것은 오로지 말발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릴리스 이 나쁜 년아, 고작 생각한 게 이거야? ...천사 하나랑 작당해서... 어서 캐스 내놔! ”
“없으니까 찾기는 열심히 찾는군. 바로 앞에 두고서 말이다. 넌 남들을 위해서 늘 희생한다고 믿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 이용할 뿐이다. 너의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말이다. 네 자신이 만든 거대한 의무감의 희생양으로 삼을 뿐이야.”
“캐스!!!”
샘이 소리를 지르는 순간, 눈 부신 빛이 번쩍이더니 카스티엘이 사라졌다. 샘이 벽에다가 문장을 그린 것이었다.
“서.. 설마, 진짜 카스티엘이었나? 하지만 눈이...”
“어떻게 된 걸까?”
둘은 서로 쳐다봤다.
“샘, 아까 그 여자 이름이 뭐랬지? 마리온이랬나? 그 여자가 무슨 짓을 한 게 틀림없어.”
“하지만 왜 눈 색깔이...”
샘은 말을 더 이으려다가 딘의 표정이 달라지는 것을 보고 멈췄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딘이 릴리스라면 얼마나 공포에 질리는지 알고도 남았다.
“설마 진짜로 카스티엘을 살린 게 루시퍼일까? 천사의 힘은 줄었지만, 대신...”
“재수 없는 소리는 하지 말자. 샘.”
딘이 여전히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구석을 바라봤다. 샘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쪽 구석에서, 낮게 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틀림없었다. 그놈이 다시 온 것이었다. 둘은 천천히 물러섰다. 실수였다. 천사 생각만 했지, 늑대인간 처치용 총은 차 안에 두고 온 것이었다. 아까 은 총알에 맞아서 비실대긴 할 테지만 늑대인간은 늑대인간일 것이다. 임팔라까지 몇 걸음이나 될까? 서른 걸음 안에 될까?
둘이 눈짓을 주고받고 임팔라를 향해 뛰었다. 등 뒤에 무시무시한 소리가 따라왔다. 딘이 뒷좌석에서 은 총알을 장전한 총을 집어드는 순간, 늑대인간이 딘의 등을 공격했다. 다행히 옷만 물어 뜯겼지만, 딘은 그냥 뒤로 질질 끌려갔다. 샘이 총을 집어 들고 겨누자, 늑대인간이 으르렁거리며 딘의 옷을 물어 몸을 반쯤 일으켰다. 샘은 곧장 눈치챌 수 있었다. 형의 귀를 물려는 것이었다.
“내 말 들리지?”
샘이 총을 겨누면서 말했다.
“넌 그냥 늑대인간이 아니야. 인간일 때 버릇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어. 형 몸에 손을 대면 어떻게 될지, 인간으로서 생각해. 기회는 한 번이니까.”
딘은 늑대의 거칠고 더운 숨을 귀 옆에 느낄 수 있었다. 뒷주머니에 살짝 손을 넣어 은으로 된 칼을 쥐었다. 빠른 놈이 이기는 거지. 분명 이 늑대인간은 자기들 말을 제대로 알아듣고 있었다. 낮의 살인충동과 밤의 살인충동이 전혀 다른 것임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낮에도 자기가 밤에 뭘 했나 또렷이 기억할지도 몰랐다. 어서 보름이 되어 새로운 힘을 얻기를 바라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이놈은 늑대인간이 되었지만, 아직 사람이던 시절의 구석은 있었다. 하지만 기실 그건 사람이라 볼 수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늑대인간이 되고서도 예전 버릇이 남은 것일지도 몰랐다. 그래, 그저 버릇이구나. 샘은 그렇게 짐작했다. 의지 따윈 없이 그냥 살인본능이 더 터져 나온 거야. 그저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이지. 애당초 사람이 아니고 이제서야 제대로 된 꼴을 갖춘 거지. 어딘가 다른 현재 상태는 원래 살인마였던 욕구가 낳은 돌연변이일 뿐이었다. 딘이 늑대인간의 발을 칼로 찌르고 몸을 피하는 순간, 샘이 총을 발사했다. 늑대인간은 그대로 이마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딘이 사체를 바라봤다. 늑대인간의 목에서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피 거품이 멈추고 더이상 미동도 않았다. 하지만 시체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피범벅인 송곳니가 입 사이로 보였다.
“가자.”
샘이 딘을 일으켰다.
7.
딘은 말없이 차를 몰고 있었다. 샘은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었을까?”
딘의 중얼거림에 샘은 형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미래의 내가 어쨌길래 캐스가 그랬을까?”
“뭐?”
“미래의 나와 캐스는 사이가 안 좋더라고.”
“얼마나 안 좋았길래?”
딘은 동생을 쳐다보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실수를 많이 했던 걸까? 너하고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캐스와 멀어지고... 미래의 캐스가 그러더라. 자긴 과거의 내가 좋대. 사이에 뭔가 있었어. 심지어 미래의 나조차 캐스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말이야. 지금의 난 상상도 못 하겠어. 내가 뭘 어쨌길래 그랬을까?”
“형. 그건 형이 나와 만나지 않았을 때의 미래였어. 이미 우린 미래를 바꾼 거야. 그러니까 그런 일은 없을 거야. 형이 캐스한테 어떻게 될지 다 얘기 안 한 건... 그렇게 되지 않을 거니까 그런 거라고.”
딘은 여전히 동생을 쳐다보지 않았다.
“샘. 우린 5년 후의 미래도 모르고, 사실 지금 당장의 미래도 몰라.”
“그래, 하지만 우린 사람으로 남아있기로 했잖아?”
그때였다. 임팔라의 시동이 뚝 끊어지더니 차가 털털거리며 서 버렸다.
“무슨 일이야?”
샘이 바깥으로 나갔다. 어느새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고, 들판에는 빛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딘은 손전등을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그때, 갑자기 샘이 뒤로 휙 나가떨어졌다. 간신히 눈을 뜨자, 카스티엘이 보였다. 여전히, 눈이 흰색이었다. 경멸 빼고는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손을 샘의 이마에 얹자, 샘은 그냥 푹 고꾸라졌다. 정신은 멀쩡한데 몸에 힘이 풀려 꼼짝할 수가 없었다.
“너, 내 동생 건드리면 가만 안 둬!!”
“이건 우리 둘의 얘기니까. 왜 제대로 말하지 않았지? 왜 다 말하지 않은 거냐?”
딘은 숨을 몰아쉬었다. 노려보는 모습에서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릴리스가 아니었다. 똑같은 경멸이지만 장난감 취급하던 릴리스와 전혀 달랐다. 무언가 정말 화가 난 모습, 어디에 뭘 어떻게 터뜨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노로 가득 찬 얼굴이었다. 다른 천사들한테서도 비슷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겨우 인간 하나가 우월한 자신들에게 바락바락 대드는 것을 보면서 그 하찮음에 기가 막혀 하고, 그리고 그 하찮은 것 때문에 자기들의 일이 막히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것이었다. 그때 샘의 말이 떠올랐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저 늘 화가 나 있다고. 그게 악마로 가는 단초인 것일까? 그 분노가 끓고 끓어서 터지는 것은 결국 악마성인 걸까?
“얘기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이미 난 미래를 바꿨어. 그러니까 캐스도 ... 그렇게 되지 않을 거에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캐스, 이미 캐스가 미래를 바꿨잖아요. 캐스는 날 거기서 꺼내줬다고요. 예언자가 쓰지 않은 행동을 했고요. 미래는 바꾸는 거라고요. 분명히 길이 있어요. 그게 캐스가 생각한 거잖아요!”
카스티엘이 한 발짝 다가오자, 딘은 자기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래, 미래는 바뀌는 거다. 그렇다면 지금 미래를 바꿔라.”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에요? 눈이 뒤집히더니만... 아, 미안해요. 내 말은..”
“넌 뭔가 회피하고 싶으면 그저 농담 뿐이지. 언제까지 그렇게 넘어갈 거냐?”
“네, 지금 당장 도망치고 싶어요! 하지만 도망칠 길도 없고, 도망친다고 될 게 아니잖아요. 나도 그걸 안다고요. 그래서 괴로워요. 하지만 이건 자신 있게 말할게요. 우린... 미래를 봤고, 그래서 미래를 바꿨어요. 캐스도 그럴 수 있을 거에요. 캐스의 미래가 어떤지 봤잖아요.”
카스티엘이 고개를 저었다.
“난 ... 왜 제대로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딘은 도대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자기가 지금 어떤 심정인지도 확실치가 않았다.
“그게... 사실은... 나 말이죠. 그때 난... 나 자신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그때, 카스티엘의 눈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바로 맞췄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건 실망이 아니었다. 오히려 맞는 답을 하지 말아야 했다는 쪽에 더 가까웠다. 딘은 부슬비가 내리는 어둠 속에서도 카스티엘의 얼굴이 창백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딘, 넌... 천사가 널 언제 포기할 거라 생각하지?”
“언젠가는요. 우리가 루시퍼를 죽이면.”
“아니, 카스티엘, 여기 있는 나 말이다.”
딘은 잠시 말을 잊었다.
“제발 놓아줘. 너는 마치 무슨 속박주문과도 같은 거야. 우리는 말씀에서 태어났고, 말씀을 따른다. 그건 누구의 말이나 마찬가지다. 도와달라고 했지. 그런데 네가 보내지 않으니까, 계속 네 옆에 남아 있던 거다. 그렇게 누더기가 되어도 혹시라도 도로 불러줄 날이 오지 않을까 하면서 기다리다 그렇게 된 거다. 더 인간처럼 되기 전에, 놓아줘야 해. 어서 떠나라고 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왜 그 미래에 네가... 날 외면했을까? 그건 천사도 인간도 아니어서 그런 거다. 넌 그저 이용하기만 할 뿐이야. 부리기만 하다가 쓸모가 없으니 버린 건 바로 너다. 네가 미카엘에게 허락하는 건, 네 영혼이 죽었을 때 이미 예정된 거니, 난 더 할 말이 없다. 내가 바라는 건... 인간은 인간의 길로, 천사는 천사의 길로 보내는 거다. 떠날 수 있게 해 줘라. 더는 이용하지 않겠다고 말해. 더 붙잡고 있다가 추하게 변하는 걸 보기 전에 말이다. 추하다고 외면하는 모습 따위는 보이지 말아라.”
“캐스, 난...”
딘은 목이 메는 걸 간신히 참았다.
“난... 더는 주변 사람들이 떠나는 게 싫어요.”
“그래서 네가 먼저 떠나보낸 거지.”
딘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니, 난...”
“그런 거야. 네가 먼저 떠났고, 네가 먼저 포기한 거다. 샘도 네가 먼저 버렸던 거고. 하지만 네 탓이 아니라고 그저 질질 끌기만 했어. 그렇게 해야 네가 버림받은 거지, 네가 버린 게 아니니까. 바로 그게 너의 모습이야. 넌 네가 이 땅 위의 사람들을 지킨다고 하지만 그건 네 생각일 뿐이다. 남들이 너만 바라보고 있다고? 남들이 네가 모든 것을 해 주길 바란다고? 그건 핑계일 뿐이야.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너 자신이 무가치해지니까 그런 거다. 회피만 하다가 쓸모없다고 버리는 너 자신을, 정말로 바꿀 수 있는 거냐? 정말로?”
딘은 이를 악물었다. 카스티엘은 이젠 호소하고 있었다. 자기 미래를 바꿔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하루하루 힘이 줄어드는 것을 느끼면서도, 어디론가 떠났다가도 다시금 돌아왔다. 딘은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카스티엘은 그게 당연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껏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맙소사. 그래서 바뀌지 않는구나. 자기만 보고 있었기에 안 보였고, 당연하다 생각했기에 인식도 못 하고 있었다.
“딘... 네가 외면한 이유를 안다. 그런 걸 아는 게 고통이니까.”
딘은 더는 뒷걸음질치지 않았다. 핏기없는 카스티엘의 얼굴이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캐스. 난...”
카스티엘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 고통, 난 짊어지고 갈게요. 이젠 알았으니까. 묻어두지 않을 거에요. 그게 내가 미래를 바꾸는 방법이에요.”
“어쩌면... 이렇게 어리석을까.”
카스티엘은 고개를 저으며 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눈길을 피하려는 딘의 얼굴을 잡았다.
“제발 포기해. 보내줘. 미래의 모습 보았지? 인간의 즐거움을 누리려고 했지만 그 모든 건 단지 절망을 잊으려는 몸부림일 뿐이야. 다신 돌아올 수 없는 것을 기다리면서 자기를 망치는 거야. 이 느낌... 지금이야 달콤하지. 정말 그건 행복했다. 하지만 그건 내 자신이 천사인 때의 이야기고. 더는 천사가 아닐 땐 그저 독이지. 넌 얼마나 네 자신을 지키고 있지? 딘? 너 자신도 지키지 못하면서 짊어질 수는 없는 거다.”
“캐스. 미안해요.”
카스티엘의 손이 굳었다.
“미래의 모습... 미안해요. 내가 무엇을 저질렀던지 모르지만, 미안해요. 정말, 그 무게는... 도와주세요.”
카스티엘의 표정과 함께 눈이 다시 하얗게 변했다. 그 순간 딘은 저쪽 풀밭에 나가떨어졌다. 어느새 카스티엘은 딘 앞에 나타나서 멱살을 잡았다.
“어리석기는!!! 천사들이 이 땅에 내려온 때부터 우린 시험을 받는 거야! 인간의 쾌락과 하늘의 명령 사이에서 어떻게 되는지 알기나 하는 거냐? 이천 년이야. 이천 년 동안 믿고 따른 것이 다 엉망이 되었어. 그리고 그 자리에 비집고 들어온 게 바로 너희들이지. 카스티엘은 그 극단적인 예인 거고, 넌 그걸 알면서도 끝까지 이러는 거냐?!!! 어서 놓아 주란 말이다!!!!”
그때, 딘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 이런. 넌 캐스가 아니야.”
그 말에 카스티엘의 손에서 힘이 풀렸다. 눈빛도 도로 돌아왔다. 하지만 거의 울 듯한 얼굴에 화를 내야 할지 절망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카스티엘의 뒤에 누군가 나타났다. 샘과 카스티엘이었다. 뒤에 서 있는 카스티엘은 분노와 절망 속에서 헤매는 표정이 아니라, 어딘지 허공을 보는 듯한, 늘 보던 그 얼굴에 한없는 연민이 담겨 있었다.
“마리온. 그만 해. 네가 나한테 건 주문은 풀렸어.”
카스티엘의 모습을 한 마리온이 딘을 놓았다. 샘이 달려가 딘을 일으키고, 카스티엘은 마리온을 돌려세웠다.
“저 둘을 놓아줘.”
마리온은 딘과 샘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어느 사이에 둘 다 사라졌다. 마리온은 카스티엘을 쳐다보지 않고 말했다.
“둘 다 오늘 밤엔... 편히 잘 거야.”
8.
어느 새 부슬비는 멈췄고, 동쪽 하늘이 말갛게 보이기 시작했다. 마리온은 물기를 머금은 풀잎들이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얼굴에 느껴지는 이 차가움. 몸에 스며드는 습기, 그 모든 것이 새로움이었고, 호기심이었고, 고통이었다.
“네가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안다. 마리온. 나 역시...”
카스티엘은 마리온의 뒷모습에서도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등을 돌리고 선 자신을 읽을 수 있듯, 마리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마음을 읽는 능력 때문이 아니었다. 눈짓이 향하는 곳, 입술의 떨림, 몰아쉬는 숨소리, 가늘게 떨리는 어깨와 손에서 느껴지는 것이었다. 마리온의 앞으로 다가가자, 얼굴 전체에서 느낌이 전해 왔다. 꼭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고, 말로 하지 않아도 상처받을 수 있는 것. 말하지 않는다 하여 초조할 필요가 없었다. 사람은 단지 말로만 자기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자신들은 말씀에서 나온 존재였다. 있으라고 하자 생긴 존재들. 그러므로 말은 소중한 것이고 모든 것 중에 가장 명료하며 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그것을 몸으로 부정하고 있었다. 반드시 말로 전달해야만 아는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릇을 입는다는 건 정말 이상한 거야. 우리는 그릇이 느끼던 걸 배우는 거지. 손끝에 닿는 느낌, 누군가의 얼굴을 쓸었을 때의 묘한 따듯함... 그릇이 우리에게 모든 것을 넘긴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반에 불과해.”
카스티엘은 마리온의 얼굴을 쓸었다. 마리온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았다. 자신도 그러했으니까. 카스티엘의 얼굴을 만졌을 때, 손에 느껴지던 까슬거림은, 이상하게도 즐거웠다. 그 느낌이 자기의 가슴을 데우는 듯했다. 카스티엘을 쓰러뜨리기 전, 마리온은 망설인 것이 아니었다. 그 느낌을 더 간직하고 싶었다. 눈을 감았다. 카스티엘의 손이 얼굴에 느껴졌다.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에 묶인 거야. 이 지상에 내려온 순간부터... 몸을 입는 게 무엇인지 배우는 거지. 처음엔 그저 하늘의 뜻에 의심을 품는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야. 아니.. 그건 내가 뭘 느끼는지 배우는 과정일 뿐이지. 다르다고 해서 나쁜 게 아니야. 내가 알지 못하던 것이라 해서 나쁜 게 아니야. 마리온. 미래의 내가 그 쾌락 속에서도 절망한 건... 내가 무력해서만이 아니야. 무력한 나 자신을 내가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런 거지. 지금 네가 혼란스러운 것처럼, 나도 그랬고, 그걸 이기지 못했던 거야. 느낌 자체는 그 무엇도 아니야. 나도 내가 왜 여기에 남아있는지 제대로 깨닫지 못했어. 그저 모든 일을 돌려야 한다는 의무감 뿐이었지. 아버지를 찾으면 다 된다고 말이야. 물론, 난 아버지를 찾아낼 거다. 다만 그러다 나를 잊어버린 거다. 내가 미래에 그렇게 된건...”
카스티엘은 잠시 말을 멈췄다.
“... 미래를 생각하지 않아서였어. 네가 말했지. 인식은 고통이라고. 그래서 생각하지도 않았던 거다. 딘이 그랬듯이, 나도 고통스럽지만, 받아들일 거다. 망가진 내 미래가 아니라 나의 의지를 믿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와 나의 미래를 지키는 거니까. 나는 말씀에서 나왔지만, 의지로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거다.”
마리온은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았다. 숨소리가 살며시 다가왔다. 카스티엘이 얼굴을 가까이하자, 어떻게 될지 알았다. 자신의 귀에 무엇이라 속삭일까.
“천사는 천사의 길로. 그리고 나는 나의 길로 가는 거다. 이게 나의 길이야. 인간의 친구가 되기로 한 것.”
2010/03/04 16:51
2010/03/0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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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CUBE 1.8.3.1 : Secondary Dominant
마리온이 딘을 그렇게 몰아세운 건 어쩌면 자신의 혼란이 두렵고 인정하기 싫어서가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캐스에게서 자신을 보고 캐스를 다시 천사들에게 돌아오게 함으로써 자신이 느꼈던 혼란과 두려움을 깨끗하게 없애려 했던 게 아닌가 하고요. 그리고 말씀에서 나와 의자로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천사님이 너무 멋지세요. 카스티엘이 인간의 친구가 되기로 선택해서 너무너무 기쁩니다. ㅠㅠ 멋진 글 정말 잘 읽었어요.
저 슈내 마저 달리고 옵니다 기다리세용~~33
마지막 대사가 정말, 감동적이기도 하면서 일순 슬퍼요. ㅠ.ㅠ
소심늘보/ 침대 위에 널부러진 장면 보고 지금 저의 주제사진(?)으로 삼고 있습니다. - -;; ... 해석이 더 멋지세요 T^T 고맙습니다.
깜장토끼/ 어여 오세요!! ㅎㅎ 같이 버닝해보아요
lukesky/ 사실 이천 년 동안 믿은 걸 하루 아침에 버렸다는 거... 저 그것만해도 캐스 팬픽 여러 편 쓰겠어요. 근데 왜 작가들이 안 쓰는 겁니까.. 흑흑흑. 그 동안 하고 싶었던 대본 아이디어 다 쏟아붓느라 안 하는 거 같아요. (그러면서 굴리기는 정말 잘 굴려요)
요즘 까야 제맛인 제작자들을 칭찬하고 싶은건 캐스라는 캐릭을 넣었다는 거에요 ㅎ
그리고 성공적으로 시리즈에 안착한건 배우의 몫도 크다고 보구요.
전 미샤님하께 전율했던게 캐스가 떠나서 원래 몸의 주인이 나왔던 이야기에서 연기 완전 다른거 보고 그때부터 !!
마지막 대사.. 그들의 미래는 정말 바뀔까요... (이 제작진들이 어떻게 진행할지 ;; ㄷㄷ)
아, 그리고 뭐시냐.. 그 캐스와 형제의 존대관계 워리님 설정이 저도 더 와 닿아요.
구냥 자막 받아먹는 입장이라 ㅎㅎ.. 있는 자막으로 보고는 있지만 역시 캐스에게 반말쓰는 형제 보다는 존댓말쓰는 형제가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