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유럽 여행 (4) – 플젠

필스너 우르켈 공장이 있는 플젠은 프라하에서 열차로 1시간 반 좀 넘게 걸리는 도시입니다.

저는 평일 다녀오는 일정을 잡아서 미리 열차표를 사지는 않았는데요. 표 구하는 것이 걱정되는 분들은 체코 철도청 영문 페이지에서 예매를 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https://www.cd.cz/en/

이곳의 목표는 1시에 예약을 잡은 필스너 우르켈 맥주공장 견학입니다. 시간을 딱 낮에 잡아둔 터라 오전에 일찍 가서 성당과 마리오네트 박물관을 보고 1시에 공장견학을 한 후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이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를 몰라서 계획을 짤 때 좀 애매했지만, 날씨가 좋은 날 걸어서 넉넉잡고 20분이나 30분 정도 잡으면 되더라고요. 지도에는 안 나오지만 마리오네트 박물관은 플젠 성당이 있는 광장에 있습니다.

마리오네트 박물관은 인형극 전반에 관한 박물관이었습니다. 끈으로 연결해서 움직이는 인형 공연의 역사를 작은 규모부터 큰 규모까지(나중에는 무대/TV 인형극 부분도 있었습니다) 보여줍니다. 직접 움직여 볼 수 있는 것보다는 작동하는 단추를 누르거나 손잡이를 돌리면 움직이는 기기 쪽이 많아요. 눈높이가 아무래도 아이들 쪽에 맞춰져 있습니다.

마리오네트 박물관에서 생각보다 일찍 나와서 바로 앞의 성당구경을 할까 했습니다. 그런데 대충 어림짐작으로 보니 성당 입장시간이 따로 있는 것 같아서 종탑에 올라가 보기로 했어요. 이게 그만 저의 패착 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안 높아 보여서 시간 얼마 안 걸리겠거니 했는데 경사가 높아서 천천히 올라간다는 것을 생각 안 했던 거에요. 으아아악 올라가면서 내 에너지 수치가 내려간다 이러다 공장 견학 어떻게 해 으아아아악 이러면서 필사적으로 올라갔다가 정말 종탑 두 세 번 구경하고 시간 맞춰 가느라 도로 내려갔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이것도 입장료 내고 올라가는 건데 ㅋㅋㅋㅋㅋ 교훈: 성당 종탑에 올라가는 것은 힘이 들고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래도 꼭대기 올라가서 제가 광장의 어느 방향으로 가야 맥주공장으로 가는지는 살펴 보고 왔어요.

어제 비가 오고 활짝 갠 플젠 공원은 정말로 여유가 넘치고 아름다웠습니다. 자전거 타는 분들은 정말 이 동네 뱅뱅 돌기만 해도 재미있으실 거에요.

제가 얘매한 시간대는 영어 투어, 공장 및 지하창고까지 모두 돌아가는 풀코스입니다. 기왕이면 이 코스로 도는 것을 추천드려요. 그리고 여기는 맥주 이외의 안주는 전혀 없습니다. 그러므로 배를 약간 채우고 가는 것이 좋아요. 공장 나와서 있는 맥주집도 맥주 밖에 없습니다.

맥주를 조제하는 방법과 관련 역사를 보고 나서 실제 맥주 제조 현장을 보게 해 주는데, 진짜 일을 하는 공장이므로 일행을 놓치지 않고 조용히 보는 것이 중요하더군요. 진짜 운영하는 제조공장 가니까 열기와 소음이 엄청나서 오래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ㅋ

견학코스 끝에 제공하는 맥주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필터링을 하지 않아 탁한 액상이지만(나중에 생각하니 이것은 탁주인가…) 구수한 맛이 상쾌하게 느껴지는 것이 좋았어요. 이렇게 필터링을 하지 않은 논필터드(non-filtered) 맥주를 프라하 시내에서도 몇 군데 판매한다는 것을 어느 분이 여행 중에 알려주셔서 다시 마셔볼 수 있었죠. 신선한데 구수하고 그게 상쾌하고 최고였어요. ㅠㅠ 근래 필스너 우르켈이 한국에도 들어와서 좋은 맥주를 쉽게 만날 수 있긴 한데, 그래도 역시 현지에서 만나는 좋은 맥주는 급이 다르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필스너 우르켈 기념품관에 가면 탐나는 맥주잔이 산같이 쌓여 있습니다. 흑흑 하지만 여행짐에 넣었다가 깨질 수 있는 것이라 포기했네요 ㅜㅠㅠ

플젠에서 프라하 돌아올 때 코메디 여러 번 했습니다. 분명히 프라하 간다는 기차표를 사서 플랫폼에서 대기중인데 열차가 올 시간이 되었는데도 안 오는 거에요. 혹시 열차를 놓친 건가 당황해서 그야말로 여러 사람한테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아침에 열차 탈 때부터 물 한 병 사며 열차 타는 플랫폼 물어보기부터 시작하여… 흑흑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히 대해주신 체코 국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직접 플랫폼 가는 길을 보이는 곳까지 데려가서 알려주신 분도 계시고, 어떤 분은 앱을 열어서 다른 플랫폼으로 가라고 결정적인 제보를 해 주시고, 어느 분은 열차 잘못 탔다고 진심으로 여기 아니라고 온 몸으로 말씀해 주시고, 어느 분은 ‘나도 프라하 가는 거니까 이거 아니면 너는 나랑 같이 잘못 갈 지도 몰라’ 하고 유머를 섞어서 가르쳐 주셨어요. 지금 생각해도 하마터면 국경 넘을 뻔해서 ㅋㅋㅋㅋ 아이구 감사합니다.

열차가 지연되면서 제가 혼란을 겪은 것 같은데, 프라하로 가면서도 열차가 계속 지연되어서 좀 많이 지쳤어요. 그래서 결국 올로모츠를 가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올로모츠는 2시간 반 정도 생각해야 하는데 거기서 지연되면 파김치가 지나치게 될 거 같더라고요.

이날 저녁에 우 메드비쿠를 다시 가서 체코 식사와 X-Beer33을 마셨습니다. 낮에는 플젠의 맥주, 저녁에는 특성 있는 양조장 맥주. 네 이 행복을 위해서 이 여행을 온 것이었네요. 좀 더 감상적이 되었으면 맥주 앞에서 울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ㅎ_ㅎ 하지만 정말 들떠서 이 맥주를 추천해 준 남자 직원분에게 맥주 칭찬을 되도 않는 영어로 하고 무례한 질문이 될 수 있어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팁을 주는 방도를 잘 모르는데 정말 훌륭한 맥주를 추천해 주셔서 고맙다. 답례로 팁을 드리고 싶다 하고 팁을 드리고(으아 창피해) 나중에 생각하니 이건 누가 봐도 나 작업 건 모양새 되었어 OTL 아니에요 저는 맥주가 좋았던 겁니다. 그렇게 맥주 좋았는데 그 분 얼굴도 생각 안 나…

여기서 저녁을 먹고 나서 근처 레고 박물관에 다시 가서 친구들 선물로 줄 레고 열쇠고리를 두어 개 더 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