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유럽 여행 (7) – 피렌체야 내가 또 왔다

저는 피렌체를 좋아합니다. 이번 여행이 세 번째인데, 역시나 좋아요. 간 곳을 또 들려도 좋아요. 이번에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을 다시 가 보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가 보기는 했지만, 다시 본다면 뭔가 다르겠거니 했는데 역시 그랬어요. 그래서 더욱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약간 코메디가 ㅋㅋㅋㅋㅋㅋ 어디에 논문 신청을 했는데 그게 여행 전에 심사의견이 왔으면 했는데 여행 전에도 오지 않아서 아예 한 달 넘기지 않을까 했는데요. 밀라노에서 피렌체로 이동하기 전날 연락이 왔네요 ㅋㅋㅋㅋ 이메일로 사정을 말씀드리고 간신히 유예를 얻기는 했는데(정말 지금도 감사드립니다 ㅠㅠㅠㅠㅠ) 이미 이 때부터 귀국모드로 머리가 작동해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저는 피렌체가 벌써 세 번째. 아는 동네 돌아다니듯 돌아다니고 저녁에 와서 논문 검토하고(혹시나 해서 논문 프린트를 해 감) 주경야독했어요 OTL 제 인생 시트콤 맞습니다. 더 웃긴 건 정작 열 두 시간 날아가는 비행기에서는 검토 못 하고 피곤해서 잤다는 거 아니겠어요.

몇 년 전에 갔을 때 리카르디 궁전을 못 가 봐서 저기를 제일 먼저 들렸습니다. 드라마 <한니발>에서 렉터가 사무실로 쓰는 곳으로 등장했는데, 네 역시 도망중에도 사무실이 예쁘지 않으면 일을 못하는 렉터군요.

그리고 다 빈치 박물관을 드디어 가 봤습니다. 생각보다 작은 곳이었고 눈높이가 아동용이긴 했는데, 그래도 기기를 구현해 놓은 것을 직접 보는 건 참 즐거웠어요.

역시 아카데미아 박물관은 작지만 알찬 곳입니다. 앞의 글에도 썼지만 아카데미아 박물관은 가신다면 여긴 사람이 많고, 현장에서 들어가는 줄이 매우 길기 때문에 예매를 필수라고 생각하시는 게 좋습니다. 흑 사실 피렌체에서 방탕하게(?) 포도주나 마시고 놀고 싶었는데 ㅠㅠㅠ 이미 저는 귀국모드로 변신해서 좀 아쉬웠네요 ㅋ

하지만 피렌체 두오모는 포켓몬고 체육관인 것을 확인할 정도의 정신은 있었습니다. ㅎ

그리고 이날 오후에 피티 궁전과 보볼리 정원을 갔습니다. 피티 궁전은 정말 크고 아름답고 근사합니다. 피렌체의 다른 건물들이 좀 작은 것 지향인 인상을 준다면 피티 궁전은 웅장함까진 아니어도 화려함 자체로 승부를 거는 것이 멋있고 또한 그게 아름답습니다. 우피치 미술관은 우아하다면 피티 궁전은 강렬한 게 있어요.

피렌체에서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 중 하나가 아무데나 들어가 먹은 곳에서 좋은 음식을 만난 것입니다. 피자나 먹을까 하고 들어갔는데, 포도주를 시키자 그곳 주인 말씀이 자기네 하우스 와인이 있는데 먹어보겠느냐 해서 먹었는데요. 흑흑 이것은 정말 저를 위한 드라이 와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 행복했습니다.

아. 그리고 이걸 잊을 뻔 했네요. 도착했던 날 저는 중앙시장에 뛰어가서 중앙시장 샐러드와 포도주를 드디어 만났습니다. 흑흑 그리웠단다. 거기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요. 중앙시장의 식사하는 탁자에 자리가 별로 없어서 여성 두 분이 있는 자리 옆에 양해를 구하고 앉았는데, 제가 미샤 펀코를 꺼내놓고 사진을 찍으니까 무척 흥미있어 하시더라고요. 동행자(컴패니언)냐고 해서 그렇기도 하고 셀피 대신에 이 인형을 찍어서 친구들한테 올린다고 했더니 무척 재미있어 하시더라고요. 그런 게 여행의 즐거움이네요.

이번 피렌체 여행에서는 피티 궁전과 보볼리 정원도 좋았지만, 역시 베로키오와 제자들 전시회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숙소에서 아카데미아 가던 길이었던 거 같은데 아닌가 공화국 광장이었나 여튼 보테가 스트로찌 궁전에 베로키오와 제자들 전시회 안내판이 있어서 이게 뭐지 하고 일단 안내판을 보고 나서, 다음날 아침 일정으로 가야겠다 결정했습니다. 이것도 프라하마냥 들려서 일단 들려 보자 이런 식이었는데 전시회가 정말 좋았어요.

베로키오와 제자들 전시는 다 빈치의 스승으로 유명한 베로키오와 제자들의 작품, 스케치 전시회였습니다. 다 빈치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베로키오가 어떤 제자들을 키웠는지 그 연관성을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중세 그림에서 르네상스 시대로 옮겨오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한 게 보였지요.

피렌체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을 간 것도 이번 여행의 큰 수확이었습니다. 중세 미술품 위주로 되어 있는데 이름이 있는 작품보다는 그 당시 사조를 볼 수 있는 작품이 광범위하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건축, 미술, 유물 등을 한 자리에서 다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피렌체에 워낙 볼 것이 많습니다만 오페라 박물관도 추천이에요. 두오모 통합입장권을 사서 관람을 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다만 성당 일부 구역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예약자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피렌체는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