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불법’ 다운로드의 주범은 기존 콘텐츠 제공업체

 

네. 전 그렇게 생각해요. 모 분이랑 트윗 대화 주고받다가 나온 이야긴데. 전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불법’ 다운로드가 이렇게 퍼진 주범은 기존 콘텐츠 제공업체 – 방송국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문제 이전에 이건 제공업체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제가 경험한 게 외화라서 외화 위주로만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하게 된 이 한 장의 사진…

 

어쩔 거야 저 하느님 드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god를 여러가지로 번역할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신이라는 말과 하느님이라는 말이 어떤 맥락인지 안다면, 그리고 이 드라마 전체 흐름에서 신이 어떻게 등장하는지 알고 있다면 저렇게 번역하면 곤란하죠. 근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저 하느님 드립이 아니에요.

 

바로 저 하느님 드립 옆에서 딘희의 고운 얼굴을 둘러싸고 있는 홍보자막입니다. 솔직히 저런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제가 드라마를 보는 건지 수퍼액션 홍보자막을 보는 건지 알 수 없어요. 문제는, 저 정도는 양반이라는 거죠. 네. 저 정도가 양호한 거에요.

이거랑 불법 다운로드랑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면, 저는 이렇게 답할 수 밖에 없어요. 결국 이건 콘텐츠 소비장에서 기존 콘텐츠 제공업체와 새로운 콘텐츠 제공처의 경쟁입니다. 보는 사람은 결국 이 둘을 놓고서 다음 사항을 비교 할 수 밖에 없어요.

  • 가격
  • 편리성
  • 작품 이해도
최소한, 지상파 방송국 시절에는 PC 통신 시절이니 편리성 면이나 작품 이해도에서 당연히 지상파 방송국이 나았어요. 단지 통신이 느려서만은 아닙니다. 1998년 엑스파일 극장판1 개봉 전에 몇 시간에 걸쳐 다운로드 받은 고화질 ‘예고편‘ 하나를 대용량 디스크에 담아서 나눠주는 번개를 열어도 되던 시절 때문만은 아니에요. 어찌보면 더 중요한 건 작품 이해도였어요. 1995년 처음 방송할 때는 번역가의 의도를 그냥 따라서 볼 수 밖에 없었지만 1996년 1997년으로 넘어가면서 PC통신 사람들의 의견이 점차 드라마 번역에 반영되었고, 더 중요한 건 번역가들이 그만큼의 역량을 보여줬다는 거였어요. 심지어 멀더 반말하고 스컬리 존대말 쓰게 해서 원성 자자하게 들은 시즌8 후반 번역가조차 남성적인 도겟 말투는 끝내준다고 칭찬했거든요. 기본적으로 실력이 빵빵한 사람을 썼어요.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중요한 건 드라마를 얼마나 잘 볼 수 있게 배려해 주느냐가 어떤 유통망을 선택하느냐를 갈랐죠. 이 균형이 본격적으로 깨진 것은 편리성에서 다운로드가 앞서나가기 시작한 때죠. 그렇다면 기존 콘텐츠 제공업체에서 해야 할 건, 다운로드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다운로드보다 현재 우월한 면 – 더 좋은 번역, 방송편성시간 등으로 작품을 보는 데 배려를 했어야 해요.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방송고지시간이 12시 반이면 어떤 날은 새벽 1시에 걍 방송하는 등 배려 요만큼도 없었죠. 오로지 남은 건 팬들과 교류하는 한국어 제작 정도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외화편성 자체가 취소되는 등, 시청자들이 헌신으로 받은 건 그저 배신 뿐이었어요.

그렇다면 케이블은? 케이블은 좀 미묘합니다. 편리성 면에서 떨어지지만 – 지상파하고 비교가 안 되지요. 하지만 전문채널이라는 장점과, 때로 편성정책(24시간 방송같은)으로 사람들에게 다운로드에서는 맛보지 못하는 재미를 안겨주기도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드라마가 시리즈라는 데 있었습니다. 한 작품을 꾸준히 보고 연관성을 이해하는데 시청자가 월등히 나았다는 거죠. 특히 번역에서 제작비를 줄이면서 이 격차는 더 벌어졌습니다. 약간 다른 얘기지만. 저 요즘 다큐멘터리 채널 못 봐요. 정말 그건 구글번역기 돌린 거 같아요. 분명 값을 치루고 보는 건데 왜 제가 이딴 걸 봐야 하는지 모멸감마저 생겨요. 다큐채널 가끔 봐야 하는게, 그래야 다른 케이블 채널에서 오역 나도 참을 수 있거든요.

스티븐 킹이 그랬습니다. 좋은 작품을 읽고 감명을 받고 압도감을 느끼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끔은 형편없는 작품을 읽고 난 이것보단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요. 네, 그런 일이 몇 년이 쌓이고 쌓인 게 바로 인터넷 자막 고수들입니다. 왜 그 사람들이 공짜로 그런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건 기존 제공업자의 안이함과 공짜정신 덕분에 발생한 거에요. 소비자의 공짜정신이 아니라.

 

시엔횽아사랑해.smi.jpg

언제나검토는안들호로.smi.jpg

 

 

말이 자꾸 산으로 가는데, 결국 기존 콘텐츠 제공업체가 제일 잘못한 것은 콘텐츠 – 작품 자체를 아끼지 않은 거에요. 솔직히 까고 말하죠. 작품을 아낀다면, 그래서 아껴서 보는 사람들을 배려한다면 번역업체 그지같은 데 쓰겠어요? 아니면 좋은 데 맡겼어도 실수를 했다면 그거 재방 삼방 사방 계속 그 번역 냅두고 쓰겠어요? 옛날 지상파에서 그런 건 다시는 방송할 일이 없기 때문에 실수해도 그냥 넘어가 버린 거죠. 재방이 당연한 지금 시대에 그러는 건 당연히 작품 무시하는 거죠. 개인자막자한테 꼭 들어가는 게 뭔가요. 틀린 데 있으면 피드백 해달라는 거에요. (물론 예외가.. 안들호 자막이라고.. -_-;; 알아서 고쳐 보라는 쩌는 배려심..? 풀썩) 그리고 사람들 시간 지켜서 보겠다는데 방송고지도 없이 무식하게 그 심야에 20분 30분 늦춰서 방송을 해요? 미안하지만 인터넷 자막자 조차 자기가 자막제작 늦으면 고지해 준다고요. (예외: 안들호.. 쿨럭)

 

예전에 전 그런 말 한 적 있어요. 음악 다운로드에 대해 음반사들이 어쩌고저쩌고 하더군요. 전 남의 음악이나 표절해서 표절규정 살짝 어긋나게 해서 돈 버는 것들이 그딴 소리 할 자격 없다고 봐요. 그리고 그렇게 남의 작품 무시하는 것들 때문에 사용자들도 남의 작품 무시하는 것 뿐이라고요. 작품을 무시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을 퍼뜨린 건 기존 유통사고 진짜 책임 져야 할 자들이 적반하장으로 나서는 거에요. 다운로드도 마찬가지에요. 그 작품을 아끼지 않는 사고방식을 퍼뜨리니까 사용자도 똑같이 행동하는 것 뿐이죠. 극장에 걸리는 자막, 솔직히 욕나오는 일 다반사로 벌어집니다. 하지만 극장이 큰 걸 대신 못하니까 가서 봐 주죠. 사람들, 이젠 그런 번역에 아무런 꿈도 희망도(?) 걸지 않아요. 작품 무시하는 제공업체 절대 존중 안 합니다. 그런 안이한 사고방식을 그 거대한 유통망으로 퍼뜨린 건 기존 업체에요. 자기들이 자기들 깎아 먹은 거에요.

 

기존 방송업체의 번역 때문에 사람들이 뭐라뭐라하는 건, 번역 자체만이 아닙니다. 그 번역은 결과일 뿐이고, 진짜 지적하는 건 시청자가 작품을 볼 수 있게 배려를 하지 않는다는 거에요. 드라마 봐야 하는데 방해되게 자기네 홍보 자막이나 발라 놓는 데에서 무슨 즐기고 말고에요. 그래서 콘텐츠 소비자는 이른바 ‘불법’이라는 다운로드로 가는 거죠. 편리하게 다운로드 받아 볼 수 있죠. 아무 때나 볼 수 있죠. 어디서 뭐 한다는 광고 안 끼어 들죠. 소장도 할 수 있죠. 작품 아껴서 자막 제작을 그냥 해 주는 사람도 있죠. 뭐하러 기존 방송업체 예뻐해 줍니까?

 

 

4 Replies to “이른바 ‘불법’ 다운로드의 주범은 기존 콘텐츠 제공업체”

  1. 최근..셜로기 오역만 하겠어요 ㅋㅋㅋㅋ 씨엔이고 김비서고 진짜..

    1. @밍 / 그래도 김비서 셜록엔.. “땡!!!”과 “뽀송뽀송”이 있음. -_-

  2. 수퍼액션으로 슈내 본적은 없는데…
    오…주여…-_-;;;

    1. @less / ‘주여’라는 말씀이 이렇게 절절히 들릴 수가 없습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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