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빙자한…. (내용 다 있어요. + 미드 멘탈리스트 시즌4 마지막회 대형 스포일러!)

 

;ㅅ; 네, 드디어 보았습니다. 그것도 아이맥스로… 흙흙흙 모모양 고마워 ;ㅅ;

 

 

다른 분께서도 해 준 얘기지만, <다크나이트>는 할 말이 참 많이 생기는 영화라면,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보고 나서 뿌듯하게 쉬면 되는 영화같아요. 깊게 팔 게 없어요. 깊이가 없다는 게 아니라, 건드리는 감성이 소박하고 다정해서, 그 느낌을 말로 떠벌이다가는 그냥 흩어질 거 같이 아쉬워요.  그냥 다 좋아요.

무엇보다도 우리의 알프레드 집사님 ㅠㅠ 엉엉 아버님으로 불러도 됩니까 ㅠㅠㅠ 알프레드 아버님께서 훌쩍훌쩍 하시는데 저 정말 울먹했어요. ㅠㅠㅠ 정말 우리 브루스 도련님 아끼시는군요 ㅠㅠㅠ 기껏 키워놓은 고명딸 아니 도련님 그냥 한 방에 훅 갈까봐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하셨군요. ㅠㅠㅠ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심장은 알프레드 아버님 당신이십니다. ㅠㅠㅠㅠ 엉엉엉엉ㅇ엉. 제게 마지막 장면이 정말 찡했던 건, 그게 주인공의 행복이 아니라 알프레드의 행복이라서 그래요. 주인공이 짊어진 그 무게를 생각하면 행복이라는 건 힘들고 위태로워요. 하지만 알프레드의 행복이라는 건 소박하지만 마음의 밑바닥 자체까지 내려가는 진솔함이거든요. 홀로 키운 우리 아들 이쁜 여자 만나 장가드는 거 보는 게 내 소원이다 – 아니 이런 개촌시런 감정의 진솔함을 이끌어 내다니요. 알프레드 정말 대단하세요. ㅠㅠㅠㅠㅠ <배트맨 비긴스> – <다크나이트> – <다크나이트 라이즈>로 이어지는 감성을 알프레드가 이어주고, 그 마음이 보답을 받는 결말이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뿌듯함 같아요.

<어벤저스>나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이렇게 흥행돌풍을 일으키는 건, 제가 보기엔 덕력충전한 사람들도 있지만, 수많은 일반인들이 그동안 얼마나 극장에서 이야기에 폭 빠져 있다가 나오는 게 그리웠는지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다만, 좋은 게 있으면 아쉬운 게 돋보이는 법. 일단 자음남발부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놀란 이 자식 여자 캐릭터 좀 제대로 못 써 먹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가 암만 토끼군에 반했다는 거 나도 아는데 좀 여자들한테도 신경 좀 써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반했다고 조스 웨든처럼 카메라로 핥는 건 안 한 게 다행인 거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셉션>과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가장 큰 공통점은 역시 [마리옹 코티야르-남주-동생 내지는 따님 역할] 이 구조에요. 앤 해서웨이의 캣우먼이 생각보다는 멀쩡한 게, 캣우먼 역이(솔직히 캣우먼이라 불러주는 장면 하나 없습니다. 고냥이 귀라고 농담하는 거 딱 하나 있어요) 암만 봐도 다른 역이나 다른 성별이 해도 하나 이상하지 않아서 그래요. <인셉션>에서도 엘렌 페이지도 딱 그랬죠. 한 수 아래 같지만 마지막엔 주인공 머리 토닥토닥하는(진짜 이랬다는 게 아니라 그 정황이요…) 한 수 위를 보여주거든요.

 

이야기 잘 만드는 사람들 보면, 여자 캐릭터 못 써 먹는 사람 매우 많습니다. 그리고 그 중의 상당수가 자기 이야기 안에 여자를 불러오려면 딱 두 개 밖에 못 해요.

1. 몸 파는 여자 2. 도둑년

학술 쪽에서는 성녀와 창녀라고 구분하는데, 사실 이건 1번 항목에만 해당해요. 이야기 안에 여자가 들어오려면 뭔가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 이유를 저거 밖에 생각 못 하는 거죠. 미모가 뛰어나서 무언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잡으니까 걍 그 자리에 박혀 있거나, 아니면 그 안에서 활동할 특출날 재주가 있어야만 한다는 거죠. (도둑년의 변환이 ‘과학자 여자’ ‘비서’ 이거죠. 그리고 이야기 중후반부에 보면 그런 여자들 꼭 도둑질 비슷한 걸 하나쯤 해 줘야 합니다. 원천이 그러니까요)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두 여자가 정확하게 저 유형이에요. 그래도 그걸 과하게 표현 안 한 것도 있고, 또한 정확하게 자기가 할 역할을 하고 그게 이야기와 잘 맞물리니까 큰 탈 없이 넘어가죠. (수많은 영화가 저런 역할 불러놓고 과하게 포장하다가 삐꾸가 나죠) 저도 뭐 그럭저럭 잘 넘어 갔어요. 놀란 저 사람 저 정도로 잘 넘어가는 거, 그것도 정말 재주입니다. 진담이에요. 정말로요. 이런 거 조율도 못하는 주제에 예술입네 하는 인간들이 워낙 비온 후 모기마냥 많아서…

 

근데, 마리옹 코티야르가 좀 걱정스럽기는 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눈에 든 건 좋은데, 하필 그런 역으로…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베인이 끝장나게 멋있게 나오기는 하는데(심지어 이야기 끝에는 멍울멍울 눈빛 쏘는 순정남으로…!! 당신 정체가 뭐야) 베인 때문에 코티야르의 역이 얼마나 후진지 드러나고 말았어요. 베인이 등장한 게 알고보니 배트맨 시리즈에서 처음이 아니더군요. 전 까먹었는데 <배트맨과 로빈>에서 포이즌 아이비 쫄따구로 나오더라고요. 근데,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베인이 하는 역이 결국은…  뭐에요. 까놓고 말해 탈리아 꼬봉이잖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만 애절할 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담이지만, 제가 슈마허의 배트맨을 좋아하는 게, 슈마허의 인물들은 그냥 유치한 게 아니라 유치함의 바닥을 보여주는데 결국 그것 때문에 이야기 구조의 뼈대를 드러내거든요. 그것 때문에 줄거리를 즐기는 게 아니라 그런 이야기의 구조를 즐기도록 의도했건 아니건 유도를 해요. 그래서 좋아하죠.)

미드 멘탈리스트 시즌4 마지막회를 보고 나서 이 영화를 봤는데, 그 바람에 그게 얼마나 후지리한 구조인지 더 보이고 말았어요. 그런 여자들, 초반엔 뭔가 있어 보이죠. 그럴싸해 보이죠. 주인공과 애정도 나눠요. 하지만 막판에 가면 그 본질은 결국 그건 그 여자 자체의 힘이 아니라 누구한테서 물려받은(사실 그것도 확실친 않아요) 힘에 불과하고, 그냥 덩치 쫄따구 하나 끌고 다니며 남을 위협하는 것 밖에 못해요.

 

(제인이 연약(?)하기 망정이지..)

근데 저 구조 정말 미란다와 베인의 관계와 똑같지 않나요?

* 라스 알 굴 – 탈리아 – 베인

* 레드 존 – 로렐라이 – 부하

그래서 결국 놀란의 연출력 찬양으로 마무리하는 건데, 네.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같은 유형이 전혀 달라 보이는 거죠. :)

 

 

 

 

 

*추신:

1. 좋게 보고 나서 아쉬운 걸로 끝맺는 건 제 자신이 용서가 안 되므로 ㅎㅎ 좋은 거 얘기할래요. 아아 토끼군.. 토끼군. 나 너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 시즌1부터 봐 왔다네 ㅠㅠㅠㅠㅠㅠㅠ 놀란이 조셉 고든-레빗 진짜 좋아해요. 정말 좋아서 어쩔 줄 몰라요. 고든 총경님 홀홀 단신으로 구하러 가는 장면, 정말로 극장 자막에 “나 크리스토퍼 놀란은 토끼군이 좋아서 이 장면을 만들었습니다.”라고 써 붙인 느낌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아 토끼군이 장총을 들고 뛰어가고 있어!!! 이야기 상으로 굳이 이리 길지 않아도 되는 장면인데 굳이 편집에서 붙였어!!! 좋다긔…….

 

2. 도대체 저 녀석 누군가, 머리 싸맸더니만… 미안해. <토치우드>의 오웬이었어!!!! 내가 널 몰라 보다니!!!!! 니가 그렇게 <토치우드>에서 영쿡드라마다운 진상을 부렸는데도 내가 까먹다니!!! 미안해 오웬!!!! 그 뿐만이 아니라 대사 한 두 줄 있는 사람들은 다 영드 미드에서 보던 사람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슈내의 아자젤 아저씨는 나온다는 말 듣고 갔는데도 못 찾았습니다. #이야기에푹빠져서그래요

 

3. 아아, 허수아비 크레인!! 크레인 등장 장면에서 저 정말 미친듯이 박수치고 웃을 뻔 했습니다. 놀란이 엉뚱한 데서 유머 부리는데, 허수아비가 이번엔 그랬어요. 재판소의 허수리함을 별명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 아닙니까. 게다가 어깨 쪽이 부시시한게 진짜 허수아비였어요. 그리고 허수아비 군 그 생활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모모양 말대로 얼굴선이 동글동글.. ㅋㅋㅋ

 

4.  근데 캣우먼 복장 재질이 배트맨 수준이라 본 건 저 하나인가요? ….도대체 그 재료 어디서 구했대요? 능력자일세. 저는 그래도 괜춘한 복장하고 활동하다가 패셔니스타 폭스 씨를 만나 업그레이드 할 줄 알았거든요. ㅎ

 

5. 부잣집 농담 역시 안 빠지더군요.  ‘몰고 나갈 만한 자동차’ 장면에서 저 그냥 웃어댔거든요. 그런 유머에 약해요. 그렇다면 웨인은 미리 쫄딱 망해서 중간에 나오는 마구잡이 재판 대상이 아니었던 겁니까.

 

6. 고든 총경님 아파서 이것 저것 꽂고 누워 있는데, 제가 다 아팠어요 ㅠㅠ 저거 바늘 하나 꽂는 것도 얼마나 아픈데요. 신변에 위협을 느껴서 어질어질 일어나는 장면에서 ‘진통제 맞다가 일어나면 토 나올 거 같이 어지러운데! ;ㅅ; ‘ 이러고 쓸데 없는 데 감정이입했다는 거 아닙니껴.

 

7. 도시 곳곳 파괴하는 장면, 무서웠어요 ;ㅅ; 아이맥스로 보니까 더 해요.

 

8. 결론은. 한 번 보세요. 두 번 보세요. 세 번 보세요.  제가 불평불만을 엉뚱한 걸로 꺼내서 그렇지, 그 불만은 영화 1/100도 안…은 까진 아니지만 여튼 그저 다 좋아요. ㅠㅠ

 

 

 

* 성지글. <인셉션>을 보고 나서 <다크나이트 라이즈> 캐스팅만으로 내용을 다 맞춘 후덜덜한 글. 우와 감동 ;ㅅ;

http://blog.naver.com/environment9/30114366144

2 Replies to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빙자한…. (내용 다 있어요. + 미드 멘탈리스트 시즌4 마지막회 대형 스포일러!)”

    1. @jeanue / 엄청나지? 누군지 놀란 머리에 들어갔다 나왔음 ㄷㄷㄷㄷ … 칼빵 얘기에서 전율이 흐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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