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수퍼내추럴 시즌9 전반 총평

(시즌 9의 9화까지 내용 다 있습니다)

네. 오랜만에 각잡고 한 번 길게 써 보려고 합니다. 이 생각을 하게끔 한 어떤 해외 시청자의 한 마디..

http://insidetv.ew.com/2013/12/19/supernatural-boss-on-mid-season-shocker-what-comes-next/

Interesting…very interesting

Reading through these comments is very interesting. It seems like there are some Sam fans that are unhappy with his lack of anything to actually do this season, some Dean fans that are unhappy with his reactionary role in the show, some Cas fans that have been unhappy with the way his human story-arc has been handled, some Dean&Sam fans that are unhappy with the impending brother separation and lies between the brothers, some Dean&Cas fans that are upset about the separation of them that has already been being done and the way their relationship has been handled for the most part of the season, some Team Free Will fans unhappy at having all three guys separated all the time, and lots of people unhappy with Kevin’s death, as well as people just generally unhappy with this season for whatever reason. I’m not sure I’ve seen so many different factions of the fandom unhappy all at the same time like this before. Interesting.”

재밌다… 진짜 재밌어.

여기 달린 댓글 읽으니까 진짜 재밌다. 샘 팬 일부는 기분 안 좋은 게 샘이 이번 시즌에 그닥 한 게 없어서 그렇고,  딘 팬 일부는 딘이 하는 것보다는 뭔가에 반응하는 것 뿐이라고 기분이 안 좋고, 캐스 팬 일부는 사람된 캐스 얘기 하는 방식이 별로라 기분 안 좋고,  샘딘 팬 일부는 형제들 사이가 갈라진 셈이라 기분 안 좋고, 딘 캐스 팬 일부는 딘하고 캐스가 뭔가 되는 거 같다 싶더니만 계속 떨어져 있는데다 그게 계속 이어져서 열 받았고, 자유의지 팀 팬 일부는 얘네 셋이 같이 있지를 못해서 기분 안 좋고, 많은 사람들이 케빈이 죽어서 기분 안 좋고, 모든 사람들이 각자 자기들 이유들로 기분이 안 좋아. 지금처럼 수많은 팬덤 파벌이 이렇게 다같이 한꺼번에 기분 안 좋은 건 본 적이 없어. 재밌구먼.

======================

 

정말 제대로 배 잡고 굴렀어요. 이렇게 촌철살인인 평 만나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전 지금 시즌9 전반부가 정말 그 어느 때보다도 시즌 7 전반부하고 비슷해서 흥미롭습니다. 근데, 시즌7과 9의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어요. 수석제작자가 누구냐가 아니라, 이런 난마 속에서 ‘이야기’ 자체는 어떠냐는 것입니다. 시즌 7 전반부는, 정말로 재미 대가리 하나 없었어요. 그런데 시즌 9는? 네, 시즌9의 특이점은 이것입니다. 이렇게 난리복잡블루스를 추는데도 나름 재미는 있다는 거에요.

시즌 9 초반부, 큰 사건은 하나 등장했는데 그게 도통 힘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천사들이 우르르 떨어졌다. 문제다. 왜? 왜 문제인지가 설득력 0을 향해 갑니다. 전반부에서 캐스를 빼 버린 게, 이번엔 정말 악재입니다. 천사들이 떨어진 게 호기심을 자아내고 문제가 되려면 캐스가 전면에 등장해서 그 이야기를 이끌어야 했어요. 형제들은 그럼 뒷전이냐? 아니죠. 시즌8에서 지옥문 닫다가 만 거, 그거 어떻게든 수습해야 합니다. 그렇게 두 이야기를 끌고 가면 되었어요. 처음엔 그러고 싶었던지 크라울리한테 지상의 악마들 이름 다 토하라고 이리저리 조져댔죠. 그런데 그 얘기 어디 갔나요? 시즌 초반부터 던져놓은 이야기 수습 안 하고 딴 짓하기 시작하면 정말 그거 대책 없어집니다. 시즌 9은 8에서 저질러 놓은 짓 수습 안 하고 딴짓한다는 점에서, 시즌 7과 정말 비슷해요.

시즌7의 레비아탄 이야기의 제일 큰 문제가 뭐였나요. 레비아탄 중요하다는 듯이 만들어 놓고선 시즌 초반에 딴전 피워서 다들 김 샜잖아요.  그나마 레비아탄 다룬 얘기는 재미가 없었던 데다, 세제 설정 등장하면서 완전히 시청자에게 멘붕을 선사하고 말았죠. 시즌 9의 천사 얘기가 지금 거기에 필적하려고 해요. 다만, 차이가 있다면 – 아주 결정적이긴 한데 – 에피소드 자체가 나름 재미는 있었다는 것입니다. 단독 에피소드인 5편이 이야기 딱 재미 없어지려는 순간 치고 올라갔고, 3편에서 심각하게 이야기가 삐끗한 걸 그래도 6편에서 잘 받아줬기 망정이었죠. 그리고 9편 이야기는 참 어이는 없긴 한데, 에피소드 자체의 통일성은 잘 짜여 있고, 미묘하게 박력이  넘칩니다.

 

supernatural.S09E01.TitleCard

 

시즌 9 초반의 약점은 중요하다고 던져놓은 천사 이야기의 재미가 들쑥날쑥하다는 것만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이제 시즌9 쯤 되었다면 큰 줄거리보다는 단독 에피소드가 더 알콩달콩할 때도 되었거든요. 시즌 9 초반의 진짜 문제는 단독 에피소드가 각자 완전히 따로 놀고 있다는 데서 터집니다. 시즌 7부터 슬슬 나온 문제인데, 작가들이 예전 에피소드를 자꾸 까먹거나 무시해요. 심지어는 시즌2부터 일한 벤 에들런드마저 시즌8 에피소드에서 ‘그랜드캐니언 갔던 얘기’를 만들어서 팬들 완전 기함했어요. 딘이 ‘내가 차 몰고 전국 다 다녔지만 그랜드 캐니언만은 못 갔다’ 이게 얼마나 유명한 문구인데 말이죠.

시즌 7에서 작가들이 예전 에피소드를 무시하거나 아니면 같은 시즌의 다른 작가 에피소드와 완전히 따로 노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큰 줄거리가 워낙 문제가 많다 보니 그게 눈에 띄지도 않았을 뿐더러, 시즌 7 당시 수퍼내추럴 제작진이 완전 엉망진창으로 땜빵 굴러가다 보니 차라리 다른 에피소드 분위기를 무시하고 나가야 할 때가 꽤 있었기 때문이죠. 로비 톰슨이 ‘레비아탄은 세제에 약하다 설정’ 멘붕을 선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즌 7에서 약진을 한 이유는 바로 그거였습니다. 7.12 Time After Time,  7.20 The Girl with the Dungeons and Dragons Tattoo 에피소드는 말 그대로 다른 에피소드를 쌩무시하고 만들었기에 그 정도가 나올 수 있었거든요. 그 두 에피소드는 당시 시즌7 분위기를 완전히 무시하고 나온 에피소드입니다. 바로 얼마 전에 바비 아저씨 죽어서 완전 초상집 분위기였던 11편하고 12편을 비교해 보세요. 정말 딘하고 샘 발랄하거든요. 그리고 20편의 바비 아저씨 유령 보세요. 유령 아니라 그냥 살아있는 사람 분위깁니다. 딕 로먼 옆에서 이성 잃는 거 얼마나 설득력 없이 그려졌는지 생각해 보면 이 에피소드는 정말 빵점짜리인데 찰리 덕분에 살아났습니다. (이렇게 주변 작가들 작품 전혀 고려 안 하고 마구 쓰는 게 로비 톰슨 특기인데, 시즌 8에서는 이게 눈에만 안 띌 뿐 매우 해악이 큽니다. 하지만 이건 다른 얘기니 다음 기회에 할게요)

 

하지만 시즌 9는 달라요. 이미 시즌 8에서 짜임새 있게 이야기를 전개했고 이를 받아냈기 때문에 작가들이 서로 중구난방으로 쓰는 거, 해악입니다. 시즌 8에서는, 최소 전반부를 보면 정서도 비슷비슷하고 재미도 있었죠. 한 에피소드에서 나온 것(꼭 소재만이 아니라 정서적인 면 역시)을 다음이나 다다음 에피소드가 받아서 주고 넘겨주는 게 꽤 잘 되어 있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분명히 아멜리아 남편, 돈은 뭔가 계획 잡았다가 그냥 접어버린 것 같은데도(8화 1편에서 샘이 떠나는 거 지켜보는 남자가 누구인지 다시는 안 나왔죠) 다른 부분이 잘 받쳐 주니까 별 문제 없이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시즌 9에서는 천사 처리하는 게 계획한 대로 잘 되지도 않고, 계획도 그다지 잘 되지 않았습니다. 뭔가 특별한 게 있으면 좋겠는데 그냥 하나하나 만나서 슥삭 이런 식으로 나오면 뭐 어쩌라고요.

천사 얘기는 1편 3편 6편 9편 이런 식으로 안배는 되어 있는데 지옥문 닫다가 만 얘기가 쏙 빠져서 균형이 완전히 깨졌죠. 지옥-악마 얘기가 없다 보니, 크라울리가 완전히 뒷방 노인네 되었어요. 캐스 얘기가 없으면 크라울리라도 잘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된 거에요. 시즌 8에서는 캐스 안 나오면 크라울리가 받아주기라도 했어요. 그런데 이번 시즌 9는 그냥 둘 다 쑥 빠져 버리죠.

그리고 등장한 게 천사 파벌의 바톨로뮤 정도인데… 네, 솔직히 저만 바톨로뮤를 짝퉁 딕 로먼으로 본 게 아니라는 것에 행복했습니다. -_- 아니 어떻게 그렇게 인물이 재미도 없고 매력도 없대요. 딕 로먼도 초반에 딱 그 꼴이었는데…(사실 딕 로먼은 정말 존재감 하나도 없고 배우가 시즌7 다 끝나고 콘에서 워낙 재밌었죠) 그리고 솔직히 딕 로먼 옆에는 에드가가 심해생물 주둥이를 벌리면서 멋있게 가오라도 잡았지(전 에드가가 최종보스처럼 보였어요) 바톨로뮤 옆의 그 연기 못하는 천사 언니는 가오도 제대로 못 잡고… 쿨럭입니다. 연기를 못 해서 가오가 안 잡혔나요, 가오가 안 잡히니 연기를 못 하는 걸로 보였나요. 여튼 그 언니 다시 등장할 때 정 붙일까 말까 하는 사이 빠빠이… 

하지만 9편에 등장한 말라키는 제 친구 표현에 따르자면 멍청한 게 마음에 들어요. ㅋ

Supernatural.S09E03.I.Am.No.Angel.Bartholomew Supernatural.S09E09.Holy.Terror.Malachi

시즌 9에서 서로 상의 안 하고 쓰는 건가, 의혹을 가장 불러일으킨 에피소드는 4편 Slumber Party 오즈 에피소드입니다. 이 에피소드, 사실 어떻게 승인을 했는지도 이해가 가다가 말아요. 잠시 쉬었다 가는 에피소드가 필요한 시기이기는 한데, 전체의 흐름을 끊어 버리면 곤란합니다. 특히나 팬들 사이에서 놀림감이 된 거, 찰리 죽였다 살리기 신공은 말 그대로 헛웃음을 불러 일으키지요. 바로 전편에서 캐스 죽였다 살리고 다음 편에서 찰리 죽였다 살린다, 그럼 다음엔 누구 하려고요? 크라울리라도 죽였다 살리게요? 암만 죽였다 살리는 게 전통이라고 하지만 그건 농담의 차원이고, 진지하게 끌어가야 할 앞의 이야기 분위기도 망치고 코메디 제대로 만드는 겁니다. 이건 상도덕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어요. 솔직히 9편 Holy Terror에서 케빈 죽인 것도 이 4편 때문에 굉장히 바보같아 보이기 쉽습니다(분명 케빈 퇴장은 시즌 9 시작하기 전에 결정했다는 걸 감안하면 더더욱 말이죠). 가드리엘 나가 버렸으니 어쩌냐고요? 그럼 캐스라던가 캐스의 친구 천사라도 불러 살리면 될 거 아니겠어요? 작정하면 뭘 못해요. 오즈 마녀도 불러온 판국에. 이런 식으로 진지함이 아니라 김을 빼 버리는 거, 문제가 사실 심각해요. 벤 에들런드가 암만 약 빤 에피소드를 만들었어도, 에들런드는 남의 에피소드 김을 빼는 짓은 절대 안 했습니다. 근데 로비 톰슨은 남의 에피소드야 어떻게 되건말건, 이런 태도에요. 그리고 시즌 8에서 크라울리가 자기 어머니가 마녀였단 얘기 했잖아요. 그런 것도 어느 정도는 짚어가면서 해야 하는데 완전 무시하고 깔아 뭉개는 거, 솔직히 팬픽션 작가도 이러지는 않습니다.

워낙 4편이 대형사고를 치는 바람에 눈에 안 띄지만, 7편도 만만치가 않게 상의 안 하고 쓰는 에피소드에 속합니다. 7편 Bad Boys의 가장 나쁜 점은, 이 에피소드가 나쁘지 않다는 것과 별개로 지금까지 이어온 수퍼내추럴 이야기하고 어딘가 어긋난다는 것이죠. 존과 딘의 관계는 매우 복잡다단합니다. 존 윈체스터는 아버지로서는 빵점이지만 최후의 순간에는 아들들에게 충실합니다. 딘은 아버지를 무척 좋아하고 따르지만 아버지가 부족한 면이 많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세라 갬블이 잘 한 짓 중 하나는, 그런 아버지 밑에서 워낙 오래 자라온 딘이다 보니 좋은 아빠 되는 건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준 거죠. 좋은 부모가 되는 것과 아이를  많이 사랑하느냐 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는 거에요. 7편 대본가 애덤 글래스가 실수한 건, 바로 그 점입니다. 이 에피소드는 딘이 어렸을 때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딘 옆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딘희는 역시 샘희성애자다’ 기타등등  얘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이건 그냥 딘을 빌미삼아 아이들한테는 잘 이끌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일반론을 설교한 것에 불과하고 지나치게 얄팍해요. 시즌 6 이전이었다면 얄팍한 이야기는 나름대로의 순진무구한 맛이 있었겠지만, 시즌 6을 지나온 이후의 복잡계의 세계에서 이 얄팍함은 그냥 무신경함입니다. 암만 여건이 안 되었다고 해도, 이 이야기에는 존과 딘의 관계를 섬세하게 보여주는 게 필요했어요. 하지만 존 얘기는 그냥 숭덩 썰어 버리고 소니가 얼마나 착한 사람인지만 강조하죠.

시즌8의 12편 As Time Goes By에서는 존 대신 헨리가 나와서 딘과 대립합니다. 그러다 보니 딘은 존과 자신의 관계가 어떤지 정의를 내리고 헨리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하지만 시즌 9의 7편에서는 모든 복잡한 심적갈등은 그냥 퉁쳐버리고 딘이 얼마나 어른스러웠는지를 보라고 설교를 할 뿐이죠. 이 에피소드의 진짜 패착은, 존 윈체스터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샘이 그 자리에 들어갔어야 합니다. ‘샘과 딘의 팬들은 샘과 딘이 멀어진 거 같아서 기분 안 좋다’ 이 느낌은 에피소드가 제대로 한 몫 했다고 봅니다. 존과 딘의 복잡한 갈등을 샘과 딘의 복잡한 감정과 이해로 대체할 수 있었어요. 존이 딘 아빠이기만 한가요? 샘 아빠이기도 합니다. 딘이 아버지와 복잡미묘한 관계라면 샘 역시 그렇게 사랑하지만 미묘한 관계입니다. 특히나 샘은 아버지와 싸우고 집까지 나갔던 과거 경력이 있어요. 딘이 아버지를 떠날 수 있었지만 샘 때문에 돌아갔듯이, 샘은 아버지와 형하고도 멀어질 수 있었지만 형 때문에 돌아왔거든요. 그 누구보다도 과거의 딘과 비교가 잘 되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샘은 그냥 접어서 저쪽 구석에 밀어넣는 그 태도, 그게 샘딘 팬에게 상당히 상처될 수 밖에 없어요. 딘의 과거를 보여주니 딘 중심 에피소드가 될 수 밖에 없다? 아니죠. 오히려 샘이 딘의 과거를 봐 가면서 부모와 자식관계를 돌아보고, 부모라는 존재가 반드시 혈연관계를 의미하지 않음을 누구보다도 온 몸으로 체험하면서 관조할 수도 있었어요. 소니와 딘의 관계는 바비와 샘, 새뮤얼과 샘 모두하고 어울릴 수 있었어요. 그런데 안 했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저의 아주 개인적인 의견으로 보자면, 제가 보기에 애덤 글래스는 이 에피소드를 수퍼내추럴이 아니라 그냥 딘에 빙의해서 자기 과거의 한풀이로 썼습니다. 수퍼내추럴은 그냥 핑계였을 뿐이에요. 7편은 에피소드 자체로 보면 나쁘지는 않지만, 9편 전반부의 흐름으로 보면 안 그래도 생기지 않는 흐름을  흐트러뜨리는데 제대로 기여합니다. 하지만 8편이 워낙 엉망이어서 그게 눈에 안 띄지요.

 

 

8편의 문제점은, 이야기를 못 썼다는 것은 둘째고 – 논리고 뭐고 없이 그냥 이전에 있던 이야기에 슬렁슬렁 묻어 가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이야기 전체가 정말 폭력적이에요. 성노동자 문제를 그런 식으로 다뤘다는 게 제일 큰 문제점이에요. 이 에피소드 방송하고 나서 실제 전직 포르노 업계에 있던 사람이 엄청난 불쾌감과 모독감,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그 일 때문에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지 성토한 글을 봤는데, 정말 이 문제를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다루는 거 진짜 문제입니다. 이야기 상으로 딘과 그 여자가 섹스를 해야 하니까 그냥 밀어붙인 거에요. 그리고 그걸 코믹한 느낌으로 쓰고선 재미있으라고 강요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 에피소드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아니에요. 재미있으라고 강요하는 에피소드죠.  재미없는 성차별 농담하는 상사들, 자기들은 그 농담 진짜 농담이고 재밌다고 생각해서 하잖아요. 내 자신의 자존감을 구겨 넣고 나면 일부는 피식 웃긴 게 사실인 거, 실제로 그런 걸 웃긴다고 보는 사람들이 존재하긴 한다는 거,  웃기지도 않아서 헛웃음 나오는 거, 딱 그 꼴이에요.

그리고, 이것과 더불어서 이 에피소드가 매우 착각한 게 있습니다. 어떤 집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과 그 집단을 모독하는 것은 별개라는 거에요. 순결모임이 우스워 보이는 것과 별개로 극중에서 그 모임을 모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여자 여럿 앞에서 덩치 큰 성인 남성이 성관계를 묘사하는 말을 늘어놓는 거, 그게 정말 코메디로 보인다고요? 특히 우리의 주인공이 그런 짓을 한다면 더더욱 심각해요. 딘이 순결모임에서 성적인 언사를 여자들 앞에서 하는 거, 그게 웃긴지 아닌지는 별개로, 정말 딘이 할만한 짓일까요? 이게 시즌 2나 3 쯤 되면 애가 어리니까 그런갑다 넘어갈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시즌 9의 상황에서(몇년 전에 리사와 동거도 하며 학부형으로 1년을 살아 봤고 등등)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요? 전 없다고 봐요. 딘이 여자들한테 인기 있는 것은 잘생긴 마초라서만이 아닙니다. 딘은 철저히 여자한테 감정이입 잘 하고 서비스를 잘 하는 잘생긴 마초에요. 여성 성상품화에 앞장서는 잡지  “플레이보이” 회장인 휴 헤프너가 어떤 사람이 트위터로 ‘그런 쭉빵년들이 늘 들러붙는 이유가 뭐냐’라고 묻자 ‘나는 내 여자친구를 ‘년’이라고 절대 안 부르기 때문에 여자친구가 많다’라고 대답한 일은 꽤 유명합니다. 딘이 포르노를 보고 쭉빵 언니들한테 실실대는, 상당히 성차별적인 요소가 강한데도 여자들한테 인기 좋고 사랑받는 이유가 있어요.

게다가, 이 대본을 시즌 6부터 이른바 ‘고문 포르노’ 전문가 제니 클라인이 썼다는 것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합니다. 시즌 6부터 8까지, 제니 클라인이 쓰는 대본은 대부분 고문 수위가 꽤 높게 등장하죠. 시즌 6에서 메그의 고문 장면도 말이 많았고(특히나, 나중에 짐 마이클스가 ‘시청률 올리려고 벗겼다’ 이 말 해서 더 논란이 가열되었죠) 시즌 8에서 사만드리엘 고문 장면에서 이야기를 벗어난 불쾌감이 워낙 심각해서 어떤 시청자가 ‘이거 HBO 드라마인 줄 나 몰랐다’  이러고 비아냥대기도 했죠.  9화에서 카스티엘과 딘이 사신 에이프릴을 무성의하게 언급한 게 사람들 심기 건드린 것도 이 8편의 영향이 큽니다. 앞 에피소드에서 거슬린게 9화에서 터져 버린 거죠. 8화에서 진짜 문제는 딘이기보다, 성노동자를 다루는 제작진의 문제(“어떻게 작가가 ___캐릭터를 ___렇게 표현할 수가 있지?”라고 말하잖아요. 이미 극 밖의 문제로 인식하는 거에요)이다보니 9화에도 그게 연장선상에서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죠.  (잠깐만 언급하면, 8화에서 가장 말이 안 되는 건 전직 포르노 스타 수지입니다. 자기 과거가 싫어서 이름도 바꾸고 이사도 했다면서 그렇게 자기 과거를 아는 남자가 성적인 요구를 하는 데 그렇게 훌쩍 넘어가요? 수지가 그렇게 훌렁 넘어간 이유는 간단합니다. 딘이 섹스를 해야하니까 작가가 수지를 그렇게 쉬운 여자로 만든 것이죠. 말이 되는 이야기 만들기 귀찮으니까요)

이 8편의 진짜 기능은 사실,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샘이 제대로 치료가 안 되었다는 거를 알려주는 거, 그리고 두 번째는 초자연적 존재가 인간 삶에 적응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자기혐오와 자기연민을 불러온다는 거였어요. 상당히 중요한 기능을 하는 단독 에피소드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능을 제대로 살리긴 커녕 소재를 다루는 방식 때문에 완전히 전체 이야기 흐름을 망치고 말았죠.  샘이 제대로 치료가 안 되었다는 사실 – 치료라고 한 게 그냥 핀과 테이프 덕지덕지 붙인 상태에 불과하다는 것은 샘 안에 들어간 천사가 딘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음을 (거의 다들 예상했겠지만) 확인합니다. 그래서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는 긴장감을 올리죠. 8편에서 유일하게 긴장감을 선사하는 장면은 이야기 다 끝나고 끝의 5분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로마의 신 베스타는 자기모멸을 섞어서 자긴 인간의 삶에 적응했다고 말합니다. 이건 그냥 나온 대사가 아닙니다. 명백히 6편의 캐스를 받아 내는 대사에요. 캐스가 9편에서 천사들끼리 살해를 하자 결국 인간의 삶을 버리고 뛰쳐나간 것을 설명하는 중요한 대사에요. 캐스는 끼니 때마다 먹고 화장실 가고 잠 자고 이런 것이 귀찮으면서도 절차니까 배워 나갑니다. 그리고 남의 기도 소리를 듣지도 못하는 인간이 일방적으로 기도하는 것이 헛된 희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성실함을 인정합니다. 그게 다, 모두 “손수” 자기가 자기 일을 처리하는 게 “인간화”의 길이에요. 베스타가 자기연민과 초라함에 빠진 것은 창고에 사람 가둬놓고 잡아먹는 신세가 되어서가 아닙니다. 모든 걸 자기가 직접 알아서 해야 하는 때에 빠졌고,  사람을 잡아 간을 먹는 것은 새로운 적응의 결과입니다. 6화의 캐스는 바로 그 모습이었어요. 인간의 삶에 적응하는 것, 그건 에프라임이 보기엔 죽음을 받아들인 것이었고, 다른 초자연적 존재가 보기에는 자기 본질을 낮춰야 가능한 것이죠. 이런 기능을 하는 에피소드를 천박한 폭력으로 포장하니 9화가 상당히 생뚱맞아 보일 수 밖에요. 9화는 오로지 6편 덕분에 살아났습니다.

 tumblr_mw7r5uUllc1qmw13co2_250 

시즌 9의 6화, Heaven Can’t Wait는 새로 들어온 작가 로버트 버렌스가 썼습니다. 원래 “링어”에 있던 작가인데, 막장드라마 스타일의 “링어”에 걸맞게(?) 로버트 버렌스는 수퍼내추럴 사건보다는 사람들 사이의 섬세한 감정표현에 능합니다. 대화 자체보다도 대화에서 풍겨나오는 분위기가 더 중요해요. 에프라임이 지상에 내려와서 벌이는 학살 역시 ‘적응’이고, 사실 인간을 해칠 생각 1g 도 없었다는 게 비극입니다. 에프라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천사이고, 인간에게 가까워질 의향은 전혀 없지요. 지상에 인간이 살고 있다는 것도 에프라임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에프라임은 자기한테 선천적인 임무가 있기에 지상에서도 그걸 계속해서 실천하는 것이 자기 본질을 유지하는 것이라 봅니다. 그리고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자기 본질을 유지하는 것이 소중하다고 봤어요. 만일 괴물이 고뇌하고 살았다면 에프라임은 그 괴물한테도 당장 뛰어가 처리를 했을 겁니다. -_-; 

카스티엘은 자기한테 힘이 없어서 인간의 삶에 강제로 적응한다고 말을 하지만(실제로 그렇기도 하고요) 근본적으로 카스티엘은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인간의 삶에 적응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딘이 같이 사건 해결하자는 말에 냉큼 자긴 못한다고 발 빼는 것은 힘이 없어서라기보다 자기가 무슨 사고를 더 칠 지 몰라서 그러는 것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에프라임이 여기에 한 가지 해답을 주지요. 천사들이 카스티엘을 따랐던 것은 카스티엘이 꼭 옳아서가 아니라는 것이죠. 카스티엘은 큰 그림을 볼 줄 알았고, 자기들에게 더 넓은 지평을 열어줬기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실수를 하고 패악을 저질렀다고 해도, 그 실수와 패악을 외면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카스티엘을 따랐던 셈이죠. (하지만 캐스 팬 입장에서 이 실수와 패악이 자꾸 반복되니까 캐스 바보같아 보이는 게 짜증이… -_-) 하다못해 나오미조차 카스티엘이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었죠. 모든 천사들이 자기를 미워하는 게 아니었고, 자기를 죽이려는 천사들이 있는 것과 동격으로 자기한테 여전히 도움을 구하는 천사들이 존재함을 카스티엘이 깨닫습니다. 다만 자기한테 도움을 구한다=카스티엘한테 잘 대해준다 이게 아닌 게 문제겠죠. 9편에서 카스티엘이 천사들의 전쟁에 결국 뛰어든 것은 에프라임이 말한 ‘큰 그림’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큰 그림’이 시즌 초반에 제대로 보이나요? 천사들이 떨어진 게 문제라고 계속 동어반복만 하고, 카스티엘이 얼마나 개고생을 하는지 드문드문 보여줄 뿐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아홉 편 중에 캐스  네 편 나와서 이런 게 설명이 될 거라고 작가들이 믿는 이유가 뭐랍니까? 자기들이 그렇게 실력 좋다고 자신하는 그 배포는 어디서 나온답니까? 이건 하늘이 알고 땅이 알아요. 슈내 작가들, 그렇게까지 글 잘 쓰는 작가들 아닙니다. 물론 일반인보다야 팬픽작가들보다야 잘 쓰죠. 하지만 프로페셔널 세계에서 말하자고요. 벤 에들런드 빠진 슈내 작가들, 그런 역량 안 됩니다.

 

엑스파일과 비교해서 무지 기분나쁠텐데, 엑스파일은 정말 작가진이 좋았습니다. 글렌 모건과 제임스 웡, 다린 모건, 빈스 질리건, 존 샤이반, 프랭크 스포트니츠, 좀 더 덧붙여 데이비드 아만, 하워드 고든, 제프리 벨… 지금 이 작가들 빈스 질리건처럼 대성공하거나 웬만한 드라마 수석작가로 다 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잘난 작가들이 모두 다 크리스 카터 아래서 화합하며 통일성있게 작품을 냈다는 거에요. (다린 모건은 안 쓴다고 땡깡부린 건 별개로, 일단 쓰면 통일성은 지켰습니다) 암만 엑스파일이 시즌 후반부에 힘이 빠졌다 어쨌다 하더라도 각 개별 에피소드가 진중하고 하나의 작품으로서 기능한 건 수석제작자/작가들의 협업 덕분입니다.  아무리 무슨 일이 벌어져도(시리즈 종료 빼고) 엑스파일 에피소드는 (남의 에피소드 김 빼는 짓은 절대 없고) 에피소드 안에서 맥아리 빠지고 숭덩숭덩 넘어가는 것은 절대 벌어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슈내는 이미 시즌 5부터 각 에피소드가 따로 놀고 전체 흐름이 흐트러지는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죠.  시즌5 마지막회 리뷰6 마지막회 리뷰에서 말한 바 있는데, 분명히 앞에서 일어난 일을 받아서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그게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도 않고, 그냥 사건이 의미 없이 발생할 뿐입니다. 큰 줄거리와 단독 에피소드가 균형을 못 맞출 때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죠. 이게 시즌 6에서 좀 되나 싶더니만 시즌 6 마지막회와 시즌 7에서 다시 대형사고로 터졌고, 지금 시즌 9에서 또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시즌 9에서는 상당히 노골적으로 눈에 띄는 현상이 있는데, 바로 작가들이 지나치게 안이해졌다는 것입니다. (8화의 제니 클라인이 대표적이죠)

BTud5rUCUAIQp32 BTud_0eCAAA1AaF

앤드류 데브는 이야기의 재미를 말하면서 위와 같이 말했습니다. (시즌8 DVD 서플) 이건 이야기를 꾸밀 때 기본이죠. 네, 맞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슈내 작가들은 지금 집단으로 망각하는 게 있어요.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해서 일을 만들어야 하는 건 맞지만, 단순히 그 당위성 때문에 일을 만들면 안된다는 것이죠. <스타워즈>의 루크가 타투인에서 ‘그냥’ 나가면 안 되기에 어떤 사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문제는 그 사건을 만드는 것이 매우 섬세하고 치밀해야 한다는 거에요. 그냥 나가면 안 되니까 삼촌 부부를 죽이자, 네. 그러면 잘 죽여야 합니다. 제대로 못 죽이면 ‘루크 떠나보내려고 저 애꿎은 부부를 그냥 순삭하냐?’ 이 소리가 나오게 되어요. 지금 슈내 작가들은 루크가 그냥 나가서 광선검 받고 황제를 찔러 죽여서 글을 못 쓴다 소리를 듣는 게 아닙니다. 루크의 삼촌 부부를 제대로 못 죽이기 때문에 실력에 문제 있다는 의심을 받는 거에요.  딘과 수지가 섹스를 한 게 문제가 아니고, 수지가 전직 포르노 배우라는 게 문제가 아니고, 중요한 건 수지가 이상한 여자 되어 버리니까 못 쓴다는 소리 듣는 거에요.

시즌 초반 9개 에피소드 중에서 단독 에피소드들이 제대로 기능을 못 하고 자기들 하고 싶은 소재만 일단 쓰고 보니까 큰 줄거리가 흔들거립니다. 4화 오즈 에피소드는 말 그대로 일회성이고 시즌 초반에서 어떤 기능도 못하는 에피소드 낭비 – 흥미/재미가 있기 위해서 무조건 일을 치고, 사고를 친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5화도 비슷한 처지이기는 하지만 그건 시즌 전체 분위기를 흐린다는 느낌은 안 줍니다. 오히려 형제들이 기운 좀 내야 한다는 면에서 도움을 주면 줬죠.  생뚱맞게 시즌 전체에서 아무런 기능이 없는 에피소드를 만드는 것, 이게 시즌 3이나 4 정도라면 어느 정도 될 테지만, 지금은 시즌9입니다. 아무런 기능이 없는 것 자체가 하나의 기능이 되어야 해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전 시즌에서 했던 것과 박자를 맞추고 분위기를 맞추고 무엇보다도 앞뒤 논리를 맞춰주는 작업을 단독 에피소드가 수행해야 합니다. (로비 톰슨의 시즌 8의 4화 Bitten이 대표적으로 그걸 성공한 작품이죠) 그런데 그걸 안 합니다.

 

수퍼내추럴을 보면 제일 골때리는 것은, 작가들이 정말 놀라울만큼 각자 따로 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 두명만 튀는 것도 아니고, 모든 작가들이 무슨 팬픽션 작가들마냥 자기 설정 하나 세우면 그걸 남들하고 조화를 이룰 생각을 안 하고 검토도 안 하고 그냥 무작정 그것만 붙들고 늘어져요.  시즌6이 상당히 축 늘어지는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를 갖췄던 이유는 뭔가 통일된 게 있었기 때문이었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시대정신이랄까(시즌이니까 시즌정신이라고 할까나요 -_-), 그런 일관된 흐름이 있었고 그게 각자 다른 에피소드에서 균형을 잡아줬습니다. 괴물은 무조건 나쁜 존재가 아니고, 인간-괴물-악마-천사 이들은 단지 힘이 세고  약한 존재이며, 기실 이들은 개체별의 입장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게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죠. 그리고 무조건 종별로 힘이 강하고 약한 것도 아니라는 설정이 처음 등장한 시즌으로서, 오래된 존재 이브가 천사 카스티엘을 무력화함으로서 이종간의 관계가 가위 바위 보처럼 서로 물린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이게 대사로 직접 드러나는 게 시즌7 21화입니다)

시즌 7이 6과 거의 비슷한 작가진을 가지고서 완전히 이야기 붕괴직전까지 간 것은, 일관된 흐름이라는 게 눈을 씻고 봐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석작가 세라 갬블이 이끄는 방향, 아무도 안 따라갔다는 거 지나치게 확연하고, 역시 수석작가인 벤 에들런드가 그냥 멘탈붕괴해서 손 놔 버린 게 지나치게 명확합니다. 에들런드는 시즌8에서도 작업을 했지만, 저는 시즌7의 21화를 벤 에들런드의 작별인사로 보는 편인데, 그 에피소드에서 이미 벤 에들런드가 심각히 불안정해서 슬렁슬렁 마무리한게 보여요. 벤 에들런드는 상당히 대사를 둘러서 쓰고 중의법을 선호하며 직접적으로 설명을 안 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천사가 레비아탄 앞에서 힘을 못 쓰는 것을 ‘가위 바위 보’ 관계라고 아예 대놓고 얘기를 해요. 그걸 그나마 2인자 에드가가 말을 해서 분위기가 아주 나쁘지는 않았습니다만, 시즌 다 끝나갈 때까지 핵심 악당인 레비아탄의 설정을 얼마나 보여주지 않았으면 그걸 직접 대사로 쳐야 합니까? 6화에서 크라울리가 딕 로먼한테 찍소리 못한 이유가 21화에서 변명처럼 나와버린 거에요. 그리고 다들 알듯이, 그런 대사를 직접 쳤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설정 붕괴라고 입을 모아서 비판했죠. 설명이 나와야 할 때 나오지 않다 보니(= 설명 안 하고 대충 때우다 보니) 발생한 거였죠.

 시즌9가 미묘하게 시즌7을 자꾸 떠올리는 것도 통일성도 떨어지고 적시에 설명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즌 6부터 거의 작가진이 변화가 없는데도 시즌 9에서 유달리 작가들 역량에 의심이 가는 것도, 이들이 실력과 별개로 자기들끼리 커다란 흐름을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가 생뚱맞지 않고 전체 흐름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도 발랄하고 재미있다, 이런 느낌을 준 것은 단독 에피소드 중의 단독 에피소드 5편 Dog Dean Afternoon 한 편 뿐입니다. 이건 단독으로 존재하기에 전체 흐름에 영향을 안 주는 게 당연하고, 다만 활기를 올리는 역할로 끝납니다. 시즌 8의 초반 에피소드는 방향이 어떠했든 일관된 흐름을 각 개별 에피소드에서 제대로 보여줬고, 시즌 전체 주제인 지옥문 닫기라는 임무가 시즌 전체에 걸쳐 진행도 되었어요. 그런데 시즌 9 초반 에피소드는 일관된 흐름이 싹 사라지고 논리성도 실종되었어요. 작가들이야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잡아야 하니 설명 안 하고 넘어가겠음 ㅇㅇ 일단 내 단독 에피소드에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얘기하겠음 ㅇㅇ 이러는데, 시청자 입장에선 해야할 이야기 있는데 안 하고 있다고 보이기 딱 좋은 상태에요.  

다만, 개별 에피소드가 나름대로의 기합이 들어갔기에 그 자체로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5편이 워낙 즐거웠다는 게 한 몫했고요. 6편의 조곤조곤한 분위기가 좋았죠. 7편은 따로 논다는 것을 제외하고 시리즈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한테는 (일반론을 다루기에) 먹히는 게 있습니다. 그리고 중간시즌 마무리 9편 Holy Terror가  ‘해야만 해서 했다’ ‘나는 도와주려고 한 것 뿐이다’라는 자기당위와 자기위안이 어떤 엄청난 결과를 불러오는지 차곡차곡 쌓아서 말 그대로 터뜨리죠. 그 쌓아가는 과정이 워낙 탁월해서 감탄을 불러일으킵니다. 3편도 전반 20분까진 그런 게 있어요. 이건 작가가 워낙 캐스 ㅎㅇㅎㅇ 이것도 있어서 말입죠 -_-(유지니 여사님과 버크너 이럴 줄 몰랐…). 9편의 파워풀한 느낌은 대본도 대본이지만 기실 연출가 토머스 라이트가 워낙 굵직하게 휘몰아친 덕분이기도 합니다. 그런 개별적인 즐거움 덕분에 시즌 7과 달리 시즌 9는 아직까지는 불안불안하고 팬들은 다 불행해도 유지가 되는 거겠죠.

 

* 추신 1 – 암만 그래도 3편 I am No Angel은 참 멋있게 쓰다가(초반 20분까진 저 이 에피소드 리뷰 준비하면서 봤다니깐요…) 제대로 엎어진 게 삘 받아 쓰다가 엎은 팬픽션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유지니 여사님과 버크너 씨, 제발 균형 좀.

* 추신 2 – 그래도 나 케빈 퇴장은 절대 용서 못함요. 바비 아저씨 메그에 이어서 베니에 이어서 이딴 식으로 인물 치우면 초상집 분위기에서 뭘 즐기란 말임.

* 추신 3 – 하지만 이 제작진, 분명 10편에서 일 얼렁뚱땅 처리하고 11편에서 또 개그 에피 내놓을 거 같아요.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