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유럽 여행 (2) – 공항, 프라하 첫 날

이제 삼성동 공항터미널에 가면 ‘”걸 캅스” 촬영지 구경함’ 이런 농담을 할 수 있습니다.

삼성동 공항터미널에서는 인천공항 리무진 버스만 있고 김포공항은 9호선 삼성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야 합니다.

처음으로 인천공항 제 2 여객터미널을 이용했는데요. 생각보다 굉장히 멉니다. 버스로 15분은 더 달린 기분이에요. 한동안은 여객터미널 업무 혼선으로 차질이 좀 있었다고 하지만 이제 그것은 없어 보여요. 하지만 실수로 여객터미널을 혼동하면 이동시간이 굉장히 걸리니까 여유있게 나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네에 그리고 여객터미널 자체도 엄청 길쭉해서 방향 혼동하면 정말 땀 나게 뛰어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공항가면 누구나 찍는 사진

이번 여행에서 정말 큰 역할을 한 건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이었습니다. 저는 보스 QC35II를 쓰는데요. 소리를 완전히 차단하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큰 소음을 중화하는 데 탁월합니다.

그리고 보스 헤드폰은 오래 써도 머리가 눌려 아프거나 하지 않는다는 게 중평인데요, 저한테도 그랬습니다. 가는 내내 쓰지는 못했지만 영화 한 편 보는 내내 써도 괜찮았고 의외로 이걸 쓰고 자는데 큰 문제가 없었어요. 사실 쓰고 있어도 어느 정도 소음은 들립니다. 하지만 일단 그것을 벗어 보면, 그 소리가 그냥 큰 소음이 아니라 사뭇 신경을 긁는 소리거든요.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은 그런 거슬리는 소음을 어느 정도 편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면 맞는 거라고 봐요. 아, 보스QC35II 헤드폰은 블루투스 무선이지만 유선 단자를 꽂아서 비행기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면서 보는 영화는 “세상을 바꾼 변호인”과 “바이스”였군요. 두 편 다 헌신적인 배우자가 한 사람을 얼마나 지탱하는지 알려주는 영화였는데 딕 채니는 솔직히 정말 부창부수로 꼴 보기 싫더군요 아 싫다… 좋은 것을 생각하겠습니다. “세상을 바꾼 변호인” 영화 좋습니다. 흑흑 미미 레더 ㅠㅠ 존경해요.

(그리고 12시간의 비행)

늘 생각하지만 비행기에서 밥 주는 것은 갇혀서 스트레스가 쌓이는 사람을 달래는 떡고물이란 말이죠.

바츨라프 하벨 공항에서 제일 특이한 것은, 간판에 한국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ㅋ 듣긴 했는데 정말 보는 건 다르더라고요. 대한항공이 바츨라프 하벨 공항을 지을 때 후원을 해서 그렇다 뭐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고요. 여하튼 좀 새롭습니다. 그리고 한국인 참 많다 싶은 것이 주변에 한국어 정말 많이 들려요. ㅎ

바츨라프 하벨 공항에서 프라하 시내로 가는 방법은 지하철(갈아타야 함), 일반버스에서 지하철 환승, 공항버스(AE), 우버 등이 있는데요. 저는 공항버스를 탔습니다. 1, 2 터미널에서 승객을 태우고 프라하 구 시가지 쪽으로 들어가서 지하철, 중앙역(흘라브니 나드리치), 공화국 광장으로 가는데 40여분 정도 걸립니다. 저는 중앙역 건너편에서 내려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웬세스라스 광장 쪽으로 갔어요.

프라하건 어디건 유럽 여행할 때는 소매치기 경계령이 뜨는데요. 정말로 주의해야 합니다. 유럽 쪽에서 소매치기는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는 범죄라서 정말 거리낌이 없고, 특히 동양인은 여행객이라는 게 워낙 잘 보이니 표적이 됩니다. 정말로 저는 딱 도착하자 마자 소매치기 당할 뻔 했어요. 중앙역 건너편에 내려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려고 하는데, 엘레베이터에 사람이 그다지 타고 있지도 않은데 두 명이 자꾸 저한테 가까이 다가 오더라고요.

그러다가 지나치게 저를 밀쳐서 제가 좀 중얼대며 그 사람을 노려봤는데, 갑자기 저하고 눈이 마주치니까 엄청나게 당황해서 내리더라고요. 그 순간 제 크로스백을 봤는데 지퍼에 예방용도로 채워 놓은 옷핀은 이미 풀렸고 지갑이 반쯤 나와 있더라고요. 거기까지 손을 댔는데 그 순간 제가 뭐라고 하며 노려보니까 포기하고 뛰쳐나간 거였어요. 크로스백을 앞으로 메고 지퍼에 옷핀을 끼워 놨는데도, 정말 가방에 손을 대는 느낌같은 거 전혀 없어서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제가 여행을 갈 때는 지갑을 일부러 지갑보다는 파우치같은 느낌의 재질을 들고 가는데, 아마 소매치기가 그게 파우치라고만 생각하고 지갑인 줄 몰랐을 거란 생각이 지금은 들어요.

여하튼, 이것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아무리 극한 상황이어도 남에게 자기 몸을 밀착하지 않습니다. 여행지에서 몸을 밀착하는 낯선 사람이 있다, 그러면 일단 소매치기로 의심하세요. 그런 사람에게 불쾌감을 대놓고 표시해도 다른 사람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정말 심장 펄떡펄떡 뛰고 일단 지갑은 지켰다는 안도감에 다시 가방 확인하고 정말 태연하게 나갈 길 찾아서 가는데 정말 죽겠더군요. 제 눈에나 태연했겠지 남들 눈에는 저 여행객 왜 저렇게 흥분했을까 그랬을 거에요. 하마터면 여행 시작하기도 전에 큰 일 날 뻔했는데 정말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간신히 구글맵 따라서 웬세스라스 광장으로 갔는데…

아니 이게 무슨 일이에요 ㅋㅋㅋㅋ 웬세스라스 광장에서 시위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분 전에 소매치기 만나서 심장 벌렁벌렁하는데 그 짐을 끌고 인파를 헤치고 가야 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내 인생 시트콤이다 지금은 ㅋㅋㅋㅋ 남발하는데 그 때는 정말 쫌 많이 쫄았습니다. 하지만 그 때 알았죠. 소매치기가 아닌 사람들은 그 극한 상황에서도 절대 남의 몸에 밀착하지 않더라고요.

간신히 인파를 헤치고 호텔에 체크인을 했는데, 제가 묵은 호텔이 오래 된 곳이어서 열쇠가 정말로 열쇠더군요. 고색창연한 기분이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제일 먼저 한 것은 지갑을 사수하는 방법 연구 ㅋㅋㅋㅋㅋㅋ 결국 생각한 것이, 휴대용 선풍기 목에 거는 끈을 풀어서 한 쪽은 지갑 동전주머니 지퍼에 연결하고 한 쪽은 가방 내부에 있는 열쇠고리 부분에 매달았습니다. 지갑을 가져가더라도 일단 그 줄에 걸리게 했어요. 그래봤자 소매치기 자체를 막는 것은 안 되겠지만 그나마 시간은 지체할 수 있겠죠. 그걸 하고 나서야 짐을 풀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돈과 카드를 분산해서 만약의 경우가 발생해도 덜 억울하게 배치를 했죠.

그러고서 밖에 나오니 시위가 끝나서 다들 집에 돌아가기 시작하더군요. 소매치기 당할 뻔한 것도 그렇고, 이렇게 어수선한 때 멀리 나가기도 그래서 근처 카페에 들어가서 네 드디어 식도염 진단 이후 첫 맥주를 먹었습니다. (첫 포도주는 비행기에서) 말로만 듣던 프라하 맥주! 드디어 먹는다!!!

아니 이럴수가 맥주 정말 맛있잖아요 ㅠㅠㅠㅠ 샐러드는 치즈가 정말 좋긴 한데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는 맛이었는데, 이것은 맥주가 ㅠㅠㅠㅠ 아아 세상에나 ㅠㅠㅠㅠㅠㅠ 식도염만 아니면 ㅠㅠㅠㅠ 속으로 눈물 줄줄 흘리며 광장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며 첫 프라하의 저녁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들릴 환전소, 근처 마트 위치 등을 확인하고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네 여행은 체력이 있을 때 해야 하는 것이 피곤하니까 행동반경이 짧아지네요. ㅋ

그리고 날씨앱에는 흐리고 비 예보가 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