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유럽 여행 (6) – 비 내리는 밀라노

이번 유럽 여행에서 이상기후이긴 하구나 했던 것이, 5월 유럽은 화창해야 하지 않나요 -_-;;; 아니 뭐 제가 갔을 때만 딱 그랬을 수도 있지만 여튼 비가 꽤 오고 온도도 낮아서 5월 하순인데도 패딩잠바에 목도리가 필수였습니다. 하지만 해가 나면 바로 기온이 올라가다 보니 그 오르락 내리락 하는 온도에 감기를 꽤 조심해야 했습니다.

밀라노를 일정에 넣은 것은 프라하에서 피렌체로 가는 방법 중에 제일 나아서였어요. 밀라노가 꽤나 교통의 요지로서 대부분의 도시와 연결이 되다 보니, 프라하에서 밀라노로 갔다가 기차로 피렌체로 가는 게 가장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었죠. 하지만 네 비행기는 저가항공 그 자체였습니다. 이렇게 유럽 도시를 연결하는 비행기는 스크린이 없으니 자기가 볼 수 있는 기기나 책을 꼭 마련하세요. 그리고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은 역시나 저를 구해줬습니다.

프라하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가니까 달라진 것이, 물가가 확실히 비싸군요 ㅋㅋㅋ 말펜사 공항에서 중앙역으로 가는 버스비부터 좀 비범했어요. 밀라노는 늘 말만 듣다가 처음 가는 것이라서 좀 신기했는데, 제가 받은 인상은 정말 뭔가 현대적이고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밀라노는 현대에 들어 북부지역 경공업 도시로 성장했다고 들었는데, 도시 전체가 늘 그 시대의 ‘현대’ 건물이 들어서 있어요. 지금은 오래된 건물이라고 해도 아 그 당시엔 가장 첨단을 걷는 건물이었구나 하는 인상을 줘요. 그래서 로마나 피렌체와 달리 높은 현대식 건물이 상당히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밀라노는 관광지보다 실제 시민이 살고 있는 지역이 더 흥미로울지도 모르겠어요.

밀라노에서는 좀 여유가 있어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서 올렸네요. 최후의 만찬을 보고 싶었지만 예매를 하지 못했고 현장판매표도 구하지 못했기에 여기도 그냥 어슬렁어슬렁 검색했다가 어슬렁 이렇게 다녔습니다. 하지만 밀라노 두오모 박물관은 정말 좋았어요. 성당구경 뭐 많이 했지 이런 심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밀라노 두오모는 들릴만한 곳입니다.

밀라노 두오모 박물관은 일단 규모가 컸고, 모아놓은 것들 보면 일단 다 모아 봤으니 그 중에 네 취향이 있을 거야 이런 기분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정말 즐겁게 봤습니다.

이날 비가 정말 많이 와서 좀 다니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일단 눈에 띄는 곳에 들어가 식사를 해야지 하고 들어갔는데 어라 그 주변에 사무실이 많았나 봅니다. 다들 정장 쫙 빼 입은 사람들 천지네요. 하지만 저는 얼굴에 나 여행객이오 하고 써 붙였으니 비 맞은 생쥐 모습이지만 배를 채우고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로 가겠다 결심을 했고, 이것은 정말 잘 한 판단이었습니다.

제가 밀라노 두오모를 간 날은 하필이면 무슨 대형 공연이 두오모 앞에 있는 날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숙소 가서 텔레비전 트니까 글쎄 두오모 앞에서 공연 생중계를 하잖아요. 나 저기 다녀왔는데! 여튼, 두오모를 보고 나오니 그 공연 준비를 하느라 두오모 근처 지하철 입출구를 다 막은 거에요 ;;;;; 분명 지하철도 무정차로 다닐 테고요. 이탈리아 어를 모르니 변경된 버스 노선도를 이용할 수도 없고 해서 거기서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까지 걸어갔습니다. 아. 진정 비 내리는 밀라노를 제대로 느꼈네요. 하루에 네 끼 먹고 다닌 것이 정말 다행이다 그런 생각이 스치더군요.

사실 밀라노 가서 벼룩시장 구경이 하고 싶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들리는데다 가장 가보고 싶었던 이스트마켓 날짜가 맞지 않아서 굳이 벼룩시장을 찾아 가지는 않으려 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에 주말이라고 작은 벼룩시장이 열렸더군요. 정말 작았지만 보기 힘든 소품 보는 것이 참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가리발디 광장으로 갔습니다.

가리발디 광장에 웬 식자재매장이 보이는 거에요. 워낙 신기해 보여서 들어갔는데 세상에 이럴수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그 매장 구경만 몇 시간 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포도주 온갖 종류가 폭포를 이룰 기세로 늘어서 있는 것이 황홀했습니다. ㅠㅠㅠㅠㅠ 이탈리(EATALY)라는 식자재 매장인데요, 여기가 유달리 커서 명소인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알고보니 아는 분들 밀라노 가서 여기 들려 오신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지 뭐에요.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ㅠㅠ 여튼 거기 정말 구경 잘 하고 아아아주 큰 샐러드와 작은 와인을 사서 호텔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이틀리에서 저녁식사를 샀기에 그 근처에 있는 꼬르소 꼬모 거리는 그냥 구경만 하고 나왔습니다. 워낙 오래 걸어다녀서 그렇게 아쉽지는 않았어요. 거기는 나중에 기회가 또 온다면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들어가고 싶은 곳으로 남겨뒀습니다. (?)

밀라노 쇼핑의 도시라고 해서 쇼핑센터 이런 거 큰 거 있나 했는데 그건 현지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할 거 같더라고요. 유럽 가서 청바지 맞는 것 하나 구하는 게 소원이었는데 어째 다 스키니진이거나 빵꾸 난 청바지 밖에 없나요. 규탄한다.

그렇게 비와 함께 즐긴 밀라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