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유럽 여행 (5) – 프라하 어슬렁어슬렁

딱히 일정을 짜지 않고 갔던 터 + 힘들다고 올로모츠 포기 = 구글지도로 미리 점 찍은 장소 돌아다니기가 되었습니다. 이불 속에서 나가기 전에 프라하 맥주집 문도 일찍 여는데 검색해서 찾아 봐야지 이러고 있었어요 ㅋㅋㅋㅋㅋ 이번 여행에서 정말 인터넷 지인분들께 감사한 것이, 제가 프라하 있다고 하니까 어디 어디 가 보라고 추천해 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ㅠㅠㅠㅠ 정말 감사드려요. 정보 없이 허우적대는 중생을 이렇게 아껴주셔서 진심 감사드립니다. ㅠㅠㅠ

스트라호프 수도원을 가는 목적은 역시 맥주(…)였는데요. 제가 그곳에 간다고 하자 좋은 분이 스트라호프 수도원 도서관을 꼭! 들리라고 당부를 하셨습니다. 스트라호프 수도원 도서관은 신학의 방과 철학의 방으로 나뉘는데요. 신학의 방은 그날 관람이 가능하지만 철학의 방은 반드시 전화로 예약을 하고 안내자를 따라 관람을 해야 합니다. 흑흑흑흐긓ㄱ 신학의 방에서 철학의 방을 바라볼 수는 있지만 그림의 떡이 이것이구나 하고 셔터를 누르게 됩니다. 엉엉 저 철학의 방 보러 프라하 다시 가고 싶은데 전화예약 어떻게 하죠.

신학의 방도 흥미롭지만(중세시대 책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책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심지어 색깔도 보존이 잘 되어 있어요) 역시 철학의 방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엄청납니다. 그래서 막 셔터를 눌렀는데… 오잉 사진 폴더에 사진이 안 보여요 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너무 놀라서 일단 재부팅하고 다시 찍었는데… 역시 안 보여요. 뭐지???? 하고서는 봤더니, 사진 앱을 기본이 아니라 다른 것을 쓰는데, 그 사진 앱의 폴더에 숨김형식으로 저장되어 있더라고요. -_-;;;; 그래서 그 사진 앱으로 다시 저장폴더를 외부로 설정하고 찍으니까 그 때부터 폴더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찍은 거 다시 찍기 시작했어요 ㅋㅋㅋㅋㅋㅋ 거기 일하는 분들 분명 쟤는 여기 뼈를 묻을 건가 이러셨을 듯 ㅋㅋㅋㅋㅋ 으음 꼭 그건 아니고요 사 사 사진 앱이 그렇게 되었네요.

스트라호프 철학의 방도 근사하지만 수도원 예배당도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뭐랄까 그래 덕질은 이렇게 멋진 데서 해야 제 맛이지 이런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맛 본 스트라호프 수도원의 맥주는 시원하고 상쾌하며 편안했습니다.

프라하 성에 가는 길에 미술관이 있는데 어머나 슬라브 인상주의 전시회가 있네요. 무작정 들어가서 구경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바나 코빌카라는 화가의 그림을 알게 되어 정말 기뻤어요. 그래 이런 것이 득템이지! 하고 외쳤죠. 나중에 한국 와서 검색해 보니 이바나 코빌카는 2007년 슬로베니아 화폐에 실릴 정도로 였어요. 인상주의 특유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에 단단함이 느껴지는 게 참 좋았습니다. 아, 그리고 그림을 그릴 때 참고용으로 같이 찍은 사진도 옆에 전시한 거 참 좋았어요. 사진이 등장한 후 회화가 어떻게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는지 보여주었죠.

제가 하루에 네 끼 먹고 다녔다고 말했는데, 진짜입니다. 농담 아니에요 -_-;;;; 아침 먹고 어디 구경하고 점심 먹고, 그리고 어디 돌아다니고 간식+맥주 먹고, 그리고 마저 어디 돌아다니고 저녁(+맥주) 먹고 이랬어요 ㅋㅋㅋㅋㅋ 그런데 그래야 덜 지치고 다닐 수 있더라고요. 네. 여행지에서는 잘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식사는 남이 차려주는 것으로 먹어서 여행지에서 하나라도 더 보는 게 남는 것입니다. 괜히 여행지에 가서 밥 차려 먹는 것을 낭만으로 생각하지 맙시다 캠페인이었습니다.

프라하 성 자체도 정말 좋았는데, 제가 정확하게 알고 간 게 아니라 좀 실수를 했습니다. 프라하 성 표 구매는 한 장이 아니라 (프라하 성 내부의) 미술관, 비투스 성당 등등 여러 곳을 따로따로 살 수 있어요. 제가 그 미술관에 루벤스 그림이 있다는 것을 보고 루벤스 그림 전시회 이거 포함되는 거냐고 물어봤는데, 직원은 그것만 사겠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표를 줬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비투스 성당 내부를 들어가려 했더니 그게 당연히 안 되죠. 하지만 불행중 다행인 건 많이 지쳐서 비투스 성당에서 더 뭔가 보는 게 어려울 정도였고 프라하 성에서 숙소 쪽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아. 저 루벤스 그림이 있는 전시회는 루벤스 그림은 딱 두 장이었어요 ㅋㅋㅋㅋ 그것도 저기 대표 그림으로 걸린 그림은 가로세로 30*34cm ㅋㅋㅋㅋㅋ 미터 아니에요. 센티미터에요 ㅋㅋㅋㅋㅋ 하지만 나머지 하나는 큰 그림이었습니다. 그림이 작다 보니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해 줬는데, 섬세하고 감성적인 느낌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프라하 성 안에 있는 미술관(원래 궁전)은 전시회도 좋았지만, 그 궁전의 구조와 모습이 하나의 예술작품이었습니다. 전시 그림보다도 천장과 벽의 구조물이 더 아름다웠던 곳이었어요.

그리고 지치면 판단력도 흐려집니다. 지쳐서 얼른 내려가야지 해 놓고 ㅋㅋㅋㅋ 프라하 성이 높은 데 있다는 것을 몰라서 걸어서 내려갔어요 ㅋㅋㅋㅋㅋ 아이고야

피노바 나로드니 식당의 맥주. 정말 추천합니다. 제가 플젠의 논필터드 맥주우우우 외쳤더니 좋은 분께서 필터링하지 않은 국가관리 맥주를 판매하는 곳을 알려주셨어요. 여기 정말 추천합니다.

https://goo.gl/maps/1CnFjenf8Z5zTwdM9

체코 여행을 하는 분들께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체코 통화인 코루나 환전을 하고 동전을 많이 바꿔 놓는 것입니다. 프라하 시내만 돌아다닌다면 당연히 카드를 쓰는 게 편하겠지만, 팁을 준다던가 특히 빨래방을 간다던가 할 때는 동전이 좋습니다. 제가 팁을 잘 줄 줄 몰라서 어리버리 하기는 합니다만, 가끔 팁인 줄 알고 팁 고마워요 ㅠㅠ 하고 거스름돈 안 주는 웨이터도 있어요 ㅎㅎㅎㅎ 그래도 제가 만난 점원들은 무척 친절했고 팁을 못 줘서 미안했지 반대는 없었어요.

그렇습니다. 사실 여행지에서 곤란한 것은 빨래입니다. 미리 빨래방 위치 알아두고 하긴 했지만 직접 가서 봐야 얼마나 빨래를 돌릴 수 있고 언제쯤 수거해서 가져갈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일정 중 반나절은 아예 빨래 하는 걸로 생각했어요. 제가 갔던 빨래방이 그렇게 큰 곳은 아니어서 좀 기다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여행객들 다들 착해서 어 내가 세제를 샀는데 남네 너는 이거 써 이러면서 서로서로 도와주더군요.

그리고 저는 빨래를 돌리면서 근처에 나타난 포켓몬을 잡으러 다녔는데 아싸 서울에서 그렇게 못 잡던 포켓몬을 두 마리나 잡았습니다. 흑흑 내가 서울에서 너희를 간발의 차로 계속 놓친 것은 프라하에서 만나기 위함이었더냐.

아참. 청바지를 빨았다면 건조는 가장 뜨거운 것으로 최소 30분입니다. 제 옆에 있던 부부 10분으로 그 옷 건조 안 되어요…

정말 어슬렁어슬렁이었던 것이 빨래하고 나서 뭐 할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거 아니겠어요. ㅋㅋㅋ 빨래 호텔에 도로 넣고 나서 화약탑 옆의 시민회관 장식화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그 그림도 무하 작품이라고 들었거든요. 주말이 되자 장터도 생기고 확실히 관광객 이외의 사람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추천받은 페트린 타워를 가 보기로 했습니다. 궤도열차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라서 남산타워인가 하는 기분이었어요.

이 사탕은 밀라노에서 먹었습니다. 후훟

패트린 타워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웬세스라스 광장으로 와서 굴뚝빵을 먹어 봤는데요. 아 좀 크더군요. ;;; 설탕 바른 빵이라서 점잖게 먹는 건 틀린 빵이었습니다. 이게 워낙 명물이라고 알려져서 여행객은 일단 사고 보는 셈인데요. 빵을 먹으며 걷다가 문득 저쪽 앞에서 어떤 노숙인이 쓰레기통에서 거의 온전한 굴뚝빵을 집어드는 것을 봤습니다. 그래서 좀 착잡해졌어요. 체코는 ‘프라하의 봄’으로 알려졌듯 민중항쟁과 민주화 운동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나라죠. 하지만 여기 역시 빈부격차가 존재하고, 인간 사회는 그 격차를 좁히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라하 마지막 날, 웬세스라스 광장의 노을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바츨라프 동상은 포켓몬고 체육관이라는 사실을 알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