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유럽 여행 (3) – 비 내리는 프라하, 그리고 미술관
도착일 저녁 날씨가 그다지 비 내릴 것 같지는 않았는데 의외로 하루종일 비가 꽤 왔고, 기온도 내려가더라고요. 그래서 패딩 점퍼 가져간 것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5월 하순이면 더운 것에 가깝지 않으려나 했는데 올해 상반기가 이상기온인지 쌀쌀한 편에 가까웠어요.
시차는 무서운 것이 새벽에 깨어나더군요. 그래 이렇게 여기선 새벽에 일어나고 하국 돌아갈 즈음 적응하겠지.
숙소 근처 환전소에서 (작년 여행 계획 때 영국에서 쓰려고 했던) 파운드화를 코루나로 환전하고 숙소에 다시 일부 보관하고서 무하 박물관으로 가 봤습니다. 개장시간 전에 갔기 때문에 일단 위치만 확인하고 구시가지 광장으로 갔죠.
근사했어요. 뭔가 복잡한 기계부품이 서로 톡톡톡 맞아서 돌아가는 것 자체가 멋진데 시계 자체가 우아하고 품위가 있어요. 구시가지 광장은 여행 프로그램에서 하도 많이 봐서 익숙하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직접 보는 것은 다르더라고요. 오래되었으나 그만큼 고상한 느낌이 드는 광장이었습니다. 그리고 흐린 아침이다 보니 사람이 없어서 더 분위기가 살기도 했고요. 다음날인가 다다음날 맑은 날 갔는데 광장에 사람들이 발 디딜 틈이 없으니 멋있긴 한데 뭔가 시장바닥 ㅋㅋㅋㅋㅋ 뭐 예전엔 정말로 시장바닥이었겠죠.
무하 박물관 개장 시간 전에 가서 앞에 서 있으려니 저만이 아니라 두 세 명이 더 와서 같이 기다리더군요. 그래서 문 개장하자마자 같이 들어가 표를 샀습니다. 이게 운이 따라야 하는구나 싶은 것이, 제가 들어가서 구경을 하고 있으려니 단체관람객이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https://goo.gl/maps/xuCCJ7wodrJPiyB26
알폰스 무하는 아르누보의 대표작가입니다. 섬세한 선이 돋보이는 그림체가 지금 와서 봐도 독보적이고 아름답습니다. 무하 박물관은 생각보다 크지 않아요. 아담한 편이지만 무하의 그림을 원래 크기대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시민회관 벽화나 우체국 벽화, 비투스 성당 스테인드 글라스 등도 정말 아름답지만 코앞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완전히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다만 아쉽게도 슬라브 대서사시는… 지금도 돌돌 말린 채로… 보관중 ㅠㅠㅠㅠㅠ
오후가 되자 비가 정말 많이 오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눈에 띄는 곳에 들어가 굴라쉬와 맥주를 시켰는데요. 굴라쉬가 좀 짰는데 어 굴라쉬에 얹어주는 프레첼은 정말 소금 덩어리더군요 ㅋㅋㅋㅋㅋ 배를 채우고 다녀야 하지만 도저히 그 소금 덩이는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ㅋ
다리 장식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까를교에 갔는데 비가 점점 더 심해져서 사진도 찍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운치는 있는데 우산 쓰랴 핸드폰 들랴 좀 재주넘기 하는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지금 얘기하건데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가장 말이 안 되는 것은 그 밤 까를교에 아무도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거의 “한니발”에서 보티첼리의 방에 한니발과 윌만 있는 것 수준입니다.
워낙 무계획적으로 맥주를 마시자 이러고 간 여행이다 보니 그냥 정처없이 구글지도를 따라 걷게 되었습니다. 여행 가기 전에 가고 싶은 곳을 지도에 표시해 놓고 현재 위치에서 가장 근접한 곳을 가는 방식을 택했어요. 그래서 까를교에서 다음에 들린 곳은 레넌 벽이었는데, 여기는 레넌 팬들이 자생적으로 만든 곳이라 그냥 눈도장 찍어서 들리기만 했고, 진짜 가 보고 싶은 곳은 레고 박물관이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뭔가 애매해서 근처 공원을 통과해서 레기이(?) 다리를 건너가자고 결정했죠.
그리고 공원을 통과하는 김에 포켓몬고나 하자 그러고 앱을 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요. 포켓스탑에 웬 노란 펭귄 설치물이 뜨는 거에요. 저게 뭐지 하고 가 보니까 웬 미술관이 있는 거에요. 그 자리에서 이름을 검색해 보니, 세상에 여기가 현대미술관이라는 것이 아닙니까. 공원 한 가운데 현대식 건물이 두둥 하고 자리잡은 것도 신기한데 심지어 미술관이에요!
캄파 현대 미술관의 전시는 그렇게 제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입체파 전시도 있었는데 그렇게 제 감흥과 맞지 않아서 좀 아쉬웠어요. 하지만 캄파 미술관 건물 자체는 진짜 좋았어요. 간간이 창 밖으로 강이 보이는 건물 구조, 뱅 돌아 가며 건물 전체를 관람하게 되어 있는 구조가 미적으로 탁월했습니다. 건물 자체가 좋았어요. 다만 계속 걸어 올라가며 구경하는 구조라서 피곤할 때 가는 건 좋지 않습니다. 중간중간 쉴 수 있게 의자가 있지만 사람들이 늘 앉아 있으니까요.
https://goo.gl/maps/jREfAsxdGUDZZftk8
나중에 안 사실인데, 캄파 미술관은 클림트 그림 상설전시였다는데… 네 제가 갔을 때는 다른 나라 전시에 가느라 없었습니다. 으흑
레고 박물관 역시 박물관이라 부르기엔 작습니다. ㅋ 레고 판매장 지하에 마련되어 있는데, 레고를 아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곳입니다. 이제는 구하기 어려운 레고 세트가 쫙 전시되어 있는 것은 정말 아는 사람들만 아는 감동이겠죠.
https://goo.gl/maps/7P4hribSRA8p8sxM6
그리고 어른보다는 아동용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시장을 죽 따라가다 보면 맨 끝에는 레고를 조립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있어요. 제가 갔을 때도 어느 가족이 아이와 강아지까지 데리고 와서 조립을 하고 있었죠.
레고 박물관이 있는 곳은 꽤 번화한 시내라서 그 근처에 테스코가 있습니다. 영국 여행 때도 테스코에서 샐러드 사다가 먹고 했던 기억이 나서 저녁을 테스코에서 사 가기로 결정했는데, 아 여기 큰 테스코였군요. ㅋㅋㅋㅋㅋ 그 큰 구역에 쌓여 있는 맥주의 향연 ㅠㅠㅠㅠ 내게 강같은 맥주 이런 노래가 저절로 나올 정도더라고요.
확실히 해외에서 마트 들어가 구경하는 것도 만만치 않게 재미있단 말입니다. 그리고 정작 먹을 거 고르려면 내가 집은 것이 내가 생각하는 그것인가 갈등하게 되고요. 샐러드와 바나나, 요구르트를 사서 프라하의 요구르트는 어떤 맛인지 보겠다 결심했습니다.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대로 들어가기 아까운 것이, 바로 근처에 맥주 먹어 봐야 겠다고 점찍은 곳이 있었어요. 우 메드비쿠(?)라고 읽으면 되나요. U Medvídků 라는 곳이 근처에 있었습니다. 여기가 호텔 겸 식당이고 자체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를 판다고 들었거든요. 이곳에서 부드바(버드와이저) 맥주를 먹어보기로 했어요. 하지만 바로 숙소에 가서 샐러드를 먹겠다고 사 버렸으니 ㅋㅋㅋㅋ 식사까지 하기엔 애매해서 맥주에 배추절임을 먹는 정말 뭔가 술꾼같은 주문을 했네요.
https://goo.gl/maps/1mwMiFL41Lm8DiTf8
이곳의 부드바 맥주는 날카로운 맛이라고 하나 상쾌하고 높은 맛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부드바 한 잔으로 끝내지만 프라하 일정 중에 또 들려야지 결심을 했죠.
다음날은 플젠에 있는 필스너 우르켈 맥주공장 견학을 예약했기에 일찍 들어가 일찍 자는 착한 여행객이 되기로 했습니다. …꼭 그건 아니고 새벽에 깨서 돌아다니니 빨리 지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