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그 지름의 세계

저번에 향수 얘기를 좀 했는데요예고했던 대로 시향기를 씁니다. 그런데 -_- 음…

네 사실 삘받아 하나 더 질렀습니다 -_-;;;;

이 글을 그때 그 글에 하해와 같이 친절히 답을 해 주신 ㅋㄹㅍ, ㅇㅇㅊ, ㄱㅌㅂ,ㅇㅁㅌㅇ님께 바칩니다 -_-

[#M_사겠다사겠다하다 구한 라일락향 디오리시모… (펼쳐보세요)|less..|

사겠다사겠다하다 구한 라일락향 디오리시모. 제가 무거운향 취향이라서 이게 꼭 무겁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처음의 톡 쏘는 맛이 지나가면 그때 살금살금 라일락향이 풍겨나와서 라일락 특유의 매콤함이 감돌아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병 모양도 직선적으로 무게를 잡고 있죠)

병모양과는 달리 각지고 엄격한 향은 아닙니다. 정장에만 뿌려야될 거 같은 포스를 내뿜는 병과 달리 향 자체는 캐주얼한 차림에 뿌려도 좋아요. 초향은 토옥 쏘지만 그 이후로는 나름 상쾌한 맛을 주기 때문에 소박한(?) 차림에 뿌려도 어울립니다. 어떤 차림에나 범용으로 어울릴 거란 생각이에요. 이게 묵직하게 느껴지는 분들은 여기서 무거움을 뺐다는 ‘포에버앤에버'(거의 비슷하게 각졌지만 분홍색 병)가 좋겠죠. ‘리멤버 미’랑 같은 향수인데 병만 바뀌었단 얘기도 있고요. 아마도 ‘포에버앤에버’가 인기가 좋은 것은 범용성일지도 모르겠어요.

그 향이 퍼지는 느낌은.. 살금살금 풍성히. 그림으로 보자면 이런 느낌이에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한 동안 시청 앞에 이런 꽃이 올망졸망… 올해는 어디갔니)

화하지만 화사하지 않고, 상당히 단일한 느낌을 줍니다. 무거운 계열이지만 화려하지 않지요. (위 꽃은 당연히 라일락 아닙니당 -_- 비슷한 이미지로 찍은 라일락 사진이 없어서…)

자, 그렇다면 그 다음에 구한 게 바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병 모양이 재밌지효? 사과모양입니다~)

네, 롤리타 렘피카입니다 – -;;;;;;;; 태평양에서 프랑스랑 합작해서 만든 거라고 알고 있는데, 여하튼 이 향은.. 참 달콤한 것을 기반으로 참… 난합니다 -_-;;; 이거 홍보사진 보면 딱 맞게 찍어놨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태평양을 뒤져 나온 향수?)

저도 저렇게 조명 예쁘게 치고 찍을까 했는데, 아무래도 향수에 빛 쬐는 게 좋을리가 없어 관뒀습니다 -_- 여하튼 이 향수는 아무생각 없이 병이 예뻐서(그럴 줄 알았다 소리 들리네요) 시향해봤는데, 진짜 화사하기 그지없어요. 그래서 이 향수는 좀 제대로 꾸몄을 때 해 줘야할 거 같습니다. 그런데, 디자이너 말로는 소녀시절에 여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어쩌구저쩌구하는데, 제 느낌엔 확실히 소녀취향입니다. 바닐라와 무스크 기반이라 무겁게 느껴지지만 이 무거운 기본 위에 얹은 달달한 향이 워낙 발랄해서 (상큼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네…) 화사한 느낌을 주는 거죠. 어쩌면 그 격차가 심해서 더 화려해보일 지도 모릅니다.

롤리타 렘피카 향수의 이미지가 뭐라고 하나.. 이거 같아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교과서에도 실렸던 마담 퐁파두르의 로코코 양식. 닥터와 얼레리 꼴레리 염문을 뿌렸던 마담 퐁파두르는… 아 이건 생략)

오뛰 꼬뚜르의 전신이라는 마담 퐁파두르의 로코코 양식이 생각납니다. -_- 왼쪽 그림에서 옷만 연분홍이나 연보라로 바꿔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보기엔 정말 예뻐서 감탄이 나와요. 그런데 입어보라면 허걱 소리가 나는 거죠. 롤리타 렘피카 향수가 그래요. 맡아보면 화려하고 괜찮다는 생각은 드는데, 정작 해 보려면 약간 멈칫하는 거죠. 향수는 옷입니다… -_-

초향이 아니스 열매와 아이비라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 저한테는 기본향인 바닐라향이 강렬하게 남습니다. 스프레이 형은 파퓸치고는 지속력이 좀 뚜왈렛에 가까와요.  사실 그 화려번쩍한 향이 지속력까지 막강하면 그건 지하철에서 쫓겨날 수도 있군요. 롤리타 렘피카도 30ml짜리가 있어서 좋아요. 백화점 상품권이 두 세장 생기면 눈 질끈 감고 조금만 더 보태서 살 수 있습…. -_- 태평양이니까 백화점가면 헤라 매장에서 판매합니다. 시향하는 것을 절대 뻘쭘해하지 마시고 한 번 해 보세요. ^^;; 나름 재미있고 유익하고, 진짜 자기하고 맞는 향을 찾으면 좋은 거죠. (사실 백화점에서 사고 혹시 샘플용 없나요, 이러면 뭔가 주시는 친절한 분들도 많습.. ;; )

롤리타 렘피카 향이 지나치게 달달하다,는 분들은 남성용을 써 보셔도 좋을 거에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샘플로 이런 것도 받았습죠)

사뭇 시원하고 상쾌해요. 남성용치고 무스크향이 지나치지 않다는 게 장점입니다. 롤리타 렘피카 오 드 뚜왈렛이나 L, 이번에 여름용으로 나온 비욘드 뭐더라, 여하튼 초록색으로 나온 것은 사실 첫타가 지나치게 개성적이어서 약간 손해를 보는 편이에요. 뚜왈렛이나 L은 병은 진짜 예쁜데 향은 그만큼의 감동은 안 줬습니다. ;; 다른 것과 비교하면 튀지만 오리지날과 비교하면 갑자기 풀이 죽는달까, 그렇거든요. 롤리타 렘피카를 써 보고 싶기는한데 지나치게 화사하고 달달한 게 싫다면 남성용을 한 번 시향해보세요. 아, 초록색으로 나온 비욘드.. 뭐더라 여하튼 그거는 롤리타 렘피카치고는 달달함이 많이 빠졌으니까 그걸로 시작해보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아요.

아직 산 건 아니고, 근래 맡아본 향 중에서 제일 희한하고 ‘골때리는’ 향수 얘기로 마무리할게요. 이 골때린다는 말이 결코 나쁜 의미가 아니라… 진짜 처음 맡아본 순간 뭔가 아스트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원한 향같은데 달콤무거움의 공격이 비오듯 쏟아지는 향입니다. 달달한 수준이 아니에요. ‘사고싶다는 생각은 드는데도 어딘가 멈칫’의 최고봉입니다. -_-;; 진짜 재미있어서 시향해보고 코에서 놓지를 못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헛, 병 색깔이 근래 유행하는 원피스 배색과 똑같…)

가격이 다락같이 높은 에르메스 자르뎅 아프레 라 무쏭 오드 뚜왈렛입니다. -_-

보통 에르메스 향수하면 자르뎅 수르닐을 꼽죠. 자르뎅은 시원한 풀향기가 기반인데, 수르닐이 제일 유명하고 상큼한 풀냄새에서 상위권입니다. 화장품틱한 냄새가 나지만 우아해요. ㄱㅌㅂ 님께서도 아주 좋아하시는 ^^;; 향입니다. 수르닐이 풀의 시원함을 기반으로 한다면, 듣기로는 아프레 라 무쏭은 비 온 뒤의 상쾌함이라고 주장은 하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그러니까 이런 느낌이라는데…)

맡아본 순간, 제 머리 속은 이랬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네, 골때린다고 한 의미가 바로 이겁니다. -_-;;;;
플로라에 라임, 레모네이드 어쩌고… 절대 아닙니다 -_-

정말 정신없는 향이에요. 눈이 번쩍 뜨여요. 시원해서 뜨이는 게 아니라 정말 엉뚱해서 뜨입니다. 비온 뒤 상쾌함이라기보다는 사탕가게에 뛰어들었을 때의 그 아찔함 자체입니다. 찰리가 초콜렛 공장 들어갔을 때의 아스트랄함이랄까…

진짜 재밌어요!!!!!!!!

향수가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가네보에서, 현대백화점에서는 에르메스 매장 안에서 판매한다고 합니다. 처음에 수르닐 맡으러 갔다가 아프레 라 무쏭 맡아보고… ‘참 나처럼 아스트랄한 향이구나’ 생각했습니다.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동질감을 느꼈지요. -_-

문제는 이게 30ml가 없다는 거죠… -_- 으음… 우리나라에 안 들어 온거라면 ;;; 외국 나가는 친구한테 부탁해볼까 이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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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Replies to “향수, 그 지름의 세계”

  1. 사실 향수는 면세점 갈 때나 하나 정도 사는 거라 생각했는데 당장 급 땡깁니다. 저는 조금 달콤한 향을 좋아하는데 뭐가 좋을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겠어요.

  2. 사실.. 향수를 산적은 없고..
    예전에 연애할때 선물받은 향수가 그대로 지금도 봉인되어있는데요..
    .. 아무날도 아닌데.. 향수 선물받을때의 그 느낌은..
    .. ‘내 몸에서 무슨 냄새나나? -_-;; ‘
    .. 암튼 향수는 저에게 그런 추억..

  3. 향수는 ‘정말’안뿌려서… ^^;;;
    바디로션에서 풍겨지는 은은한 향 정도가 좋더라구요. ㅎㅎ

    꽤 좋다고 느꼈던 향수는..
    엘리자베스 아덴의 ‘그린티’였네요.
    깔끔한 느낌의 향이었어요. ^_^

  4.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골때린다고 느꼈던 향은 많지만…개중 최근에 나왔던 걸로는
    모스키노의 아이러브러브가 재밌더군요.
    롤리타 오 마스큘린 몇년전부터 구하고는 싶은데 잘 안 구해지는군요.

  5. 어쩜 저렇게 표현을 잘 하실까요!!
    감탄하면서 읽다가 ‘라 무쏭’에 꽂혔습니다.
    저도 오늘 시향하러 가렵니다. 으헤헤

  6. 초은/ 저도 향수 사면서 ㄷㄷㄷ 하기는 하는데 ^^;; 백화점 물품이 워낙 비싸다보니 액수 적은 상품권으로 언제라도 살 수 있는 것은 역시 향수!더라고요. 시향하면서 꼭 사야한다는 부담감 없는 것도 나름 장점이고요. (토데코사만큼은 아니지만…)
    말타/ 냄새나면 도망가지 – -;;; 향수를 줄 리가 있나. 말타 2세는 잘 있지?
    우유차/ 저도 에헤헤헷 ^^;;
    피아/ 엘리자베스 아덴 ‘녹차(-_-;; 그린티 얘깁니다…)’는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사뭇 자연스러운가봐요.
    아말테아/ 그때 말씀해주신 거 정말 감사드려요. (헤헹. 지금에야 ;; ) 모스키노.. 꼭 맡아볼게요. :)
    강타빈/ 헉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_ _) 아프레 라 무쏭… 전 진짜 재미있었어요.

  7. 전 마크 제이콥스 향수에 버닝중이라 마크 제이콥스 향수와 또 다른 grass라는 마크 제이콥스 컬렉션의 향수를 구입해서 열심히 뿌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크 제이콥스 향수는 굉장히 시원하면서 달콤한 향입니다. 처음 뿌릴 때 많이 익숙한 향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디오르의 자도르와 거의 향이 유사합니다. 다만 디오르 특유의 무거움이 남아있는 자도르와 달리 마크 제이콥스 향수는 정말 가벼워요. 덕분에 굉장히 양의 낭비가 심합니다. grass는 말 그대로 풀향기입니다. 나름 여름에 뿌리는 향수로는 맘에 들지요.

  8. 롤리카 렘피카는…사실 저 팬입니다 ;; 그런데 롤리카 렘피카는 여름 버전이 훨씬 좋아요. 비슷하게 달콤하지만 훨씬 시원해요. 인터넷에서는 못 사실 거구요, 백화점에 가서 찾아봐야 할겁니다. 그리고 병에 알알이 큐빅이 박혀서 진짜 예쁨…ㅠㅠ

  9. jules/ 마크 제이콥스 풀향기는 떨어져서 못 맡아보고 ;;; 요즘 삼형제 나온 걸로 맡아봤어요. 자몽향은 맛있고, 데이지는 정말 깜찍발랄하더라고요! :D
    오필리어/ 아앗 웬지 롤리타 렘피카랑 정말 어울리실 거 같아요!!!

  10. …실은 롤리타 렘피카 미드나잇 버전도 소장하고 있습니다옹 ㅎㅎ;;;

  11. 아프레라무쏭이 마음에 드셨군요^^ 쟈르뎅시리즈 중에서 제일 난해;;한 것 같긴 해요. 저는 오이냄새+사탕냄새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병색깔이 예뻐서 좀 갖고 싶긴 합니다.

  12. 오필리어/ 미드나잇 버전까지. 진정 팬이십니다… (혹시 뵙게 되면 시향을 ;;; )
    조나단/ 제 언니도 오이냄새라고 하더라고요. ^^; 그게 오이처럼 느껴지는데 (오이하고는 냄새가 다르더라고요) 풋익은 귤종류 냄새였어요. 귤까다가 알았어요.

  13. 어제 에르메스 매장에 갔다가 반한 향수.
    자르뎅 아프레 라 무쏭~*
    다른 사람들의 평가는 어떨까 검색하다 여기까지 흘러왔습니다.
    님의 평가가 잼나네요. 하지만 틀리지는 않은듯 싶어요.
    이 향수에 반한 전 아스트랄한 사람일까요? ^-^ㅋㅋ
    제 느낌은 딱 비온후의 상쾌함이었어요.
    어제 비가와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날 좋고 기분이 다를때 한 번 다시 시향해보고 구입결정하려 하고있습니다.
    아~ 정말 30ml가 있음 바로 사겠는데 말이죠~!
    우연히 이 블로그에 오게 되었는데 님의 다른 글들도 읽고 싶어지네요.
    또 놀러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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