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어제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치인이란 나보다 좀 더 뻔뻔하라고 나온 직업이 아닐까. 문제는 그게 지나치게 뻔뻔해지거나 엉뚱한 데서 뻔뻔해 발생하는 것이고. 사람들이 요구하는 정치인의 정직함과 청렴함이란 늘 깔끔하다가도 나 대신 손을 더럽히는 걸 기꺼이 감수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근 며칠 동안, 진보 쪽이 아직도 조중동이라면 깜놀해서 부화뇌동하는 것에 짜증이 나 있었다. 젊은 애들더러 하나하나 시키지 않으면 암것도 모른다고 할 게 아니다. 어른들조차 그거 하나하나 짚어주지 않으면 모르는 걸. 사람들이 언론사 목(?)을 짤짤짤 붙들고 “너희도 조중동처럼 좀 생까는 법을 배워!!!!”라고 하는데 “생까는 건 비도덕적이야!”라고 신문사가 외치니 사실 우습다.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은 우리모두 사이좋게 비도덕적이 되자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하는 짓에 말려들지 말고 너희가 다른 것으로 치고 나오란 얘기다. 교육감 사진 1면에 이따만하게 싣고 헤드라인은 빨대가 주는 대로 쪽족 내주는 짓 하지 말자는 거다. 1면에는 사람들이 더 중요시 여기는 부산저축은행 관련자 사진 이따만하게 싣고, 왜 관련자 소환이 교육감 사건과 같은 날에 터지고 쥐구멍 뒤로 돌아가듯 왔는지 헤드라인을 넣으라는 거다. 그리고 2면 쯤에 교육감 관련 사건과 관련해서 왜 비싼 법무사가 돈 없다는 사람 변호진으로 나섰는지를 먼저 말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도덕성 얘기를 하자는 것이다.

 

언론사의 도덕성이란, 정치인의 도덕성이란 더럽기 짝이 없다는 거 누구나 알고 있다. 자기들이 나서면 꼴이 더 우습다는 거 모르고 있는 거다. 치고 나올 때와 들어갈 때를 모르고, 정말이지 뭐가 사람들한테 우선순위인지를 모르고 있다. 조중동은 사람들에게 우선순위를 지들 입맛에 맞춰 강요하기에 문제다. 그렇다면 다른 쪽에 사람들이 바라는 게 뭐겠는가? 우리가 바라는 것을 자세히 알려달라는 거다. 그런데 거기에 도덕성 얘기하며 여전히 조중동에 질질 끌려가니, 버러럭 짜증이 날 수 밖에.

 

기실 지금, 언론사와 정치가가 도덕운운하며 쓸데없는 도더더더더더덕 코스플레이를 하고 있으니, 진짜 도덕성 얘기해야 할 사람들이 말을 못 꺼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난 진중권이 그렇게 트윗 날리는 건 참 고맙다. 그 분은 늘 여전하다는 걸 믿을 수 있으니까. 진중권이 사람들을 닭대가리 병렬로 인식하는 것은 옳은 말이다. 도덕성에 한해선, 지금 그렇게 되고 있다. 하지만 언론사와 정치계에서 그딴 드립 날리는 건 닭 모가지 치듯 때려주고 싶다. 분수를 알라고. 약간 수정해야 겠다. 정치가에게 진짜 바라는 미덕은 결정적인 순간엔 손도 더럽힐 줄 아는 청렴함에 앞서 자기 분수를 아는 것일 수도 있다.

 

 

4 Replies to “문득”

  1. 예.저도 동의합니다. 워리님 그간 안녕하셨죠? 늦더위가 기승이네요. 건강조심하시고 늘 그렇듯 활력차게 사시는 모습이 매우 보기 좋습니다.

    1. @잡초 / 잡초 님 안녕하세요!!!! 정말 늦더위가 사람잡네요. 잡초 님과 가족 분들 모두 잘 지내시지요? :) 막판 더위 조심하시고 선선한 가을 맞이하세요. ^_^

  2. 정치인은 “나 아니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할 사람이 없다”는 망상에 빠진 나르시스트이고,
    언론인은 “국민의 알권리”를 핑계로 자신의 관음증과 호승심을 만족시키는 파라필리아라고…

    그들이 짜고 치는 판 속에서 중심을 잡고, 옥석을 가리고, 바른 길을 찾아나가야 하는데…
    참 어렵습니다…

    1. @수면발작 / 백조가 우아하게 헤엄치려면 발은 방정맞게 놀린다고, 어려워도 해야지요!! ;ㅅ; 그게 나중을 생각하면 가장 좋은 일인 거 같아요. 긁적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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