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봉주 가슴시위 사건…

 

… 쓰고 나니 정봉주한테 가슴이? 이러고 있는 -_-;;

엄밀히 말하자면, 저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 마음은 알겠다. 남자들이 뒤집어지고 좋아하는 것도 알겠다. 근데 이 반응 전반에 짜증(화가 아니고) 나는 건 나도 마찬가지라는 거.

 

그건, 내 나름대로 정리하자면…

(오늘은 언어수위가 좀 올라갑니다)

 

 

어른 남자들이 여자들이랑 잘 놀 줄 몰라서 그렇다.

-_-

 

 

뭐라고 할까, 88 올림픽 때던가, 폐막식 때 다같이 손잡고 강강술래하자고 했는데, 그래서 강강술래하는 딴써-_-들이 들어갔는데, 뭐 그럭저럭 다 괜찮았는데, 어느 나라 운동선수인지 여자가 와서 손 잡고 빙빙 돌자고 하니까 추행해도 되는 걸로 알고(………….) 추행해서 일부에서 난리가 났다는 전설이 있다.

 

문제는 두 가지다.

1. 여자가 손 잡고 놀자니까 찝쩍대도 되는 걸로 아는 미친 새끼들이 있다.

2. 애시당초 왜 어린 여자애들 한복입혀서 들여보내냐?

 

1번은 매우 합당하게 나오는 지적인데, 2번은 좀 의미가 다르다. 쌓이고 쌓여서 폭발했다는 거다. 즉 애시당초 강강술래 하자고 손을 내미는 도우미는 어리고 예쁜 여자여야 한다는 관점(다시 말해 ‘시선’)이 존나 기분 나쁜 거다. 1번과 2번은 그 관점에서 차이가 없으니까.

 

 

여자들이 그 시위에 짜증을 버럭 내는 것도 지금까지 쌓였던 게 폭발한 셈이다. 열심히 하는 사람 동료 취급 안 하고 장식으로 취급한 태도가 계속되다보니 역치를 넘은 거다. 내가 보기엔 가슴 큰 언니들 정말 ㅠㅠ 그런 가슴은 보여주는 게 사실은 인생사 합당하다고 본다. OTL 농담이 아니고, 젊은 시절에 그렇게 아름답게 존재하는 걸 남기는 건 절대 말릴 일이 아니라는 거다. 나이 들면 사라지는 아름다운 상태니까. 나 혹시 게이가 아닐까 하고 놀랜 적이 있는데, OTL 어떤 학생 하나가 나한테 다가와서 말하는데 가슴골 파인 옷을 입었는데(매우 더운 날이었다) 정말 그렇게 조명 안 치고 조각같이 알흠다운 가슴골은 처음 생방송으로 봤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모든 게 0.01초 사이에 일어난 일임을 밝힌다. 학생, 미안해…  (그리고 나 괜찮은 남자 보면 헬렐레 하는 증세가 더 많은 것으로 봐서 여자 맞음 OTL)

근데, 예쁜 가슴을 가진 사람한테 가슴 보여주는 일은 절대 권장하지 않는다. 왜. 그걸 정말 찬탄의 눈이 아니라 침 질질 흘리고 볼 놈들이 더 많기 때문에. 그게 어떻게 취급을당할지 잘 아니까. 여기서 확실히. 만지고 싶다, 이런 생각은 침 질질이 아니다. 우리는 원래 시각적인 것을 보면 만지고 싶어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아이를 보면 쓰다듬고 싶어하고, 동물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하고, 예쁜 물건을 보면 쓰다듬고 싶어한다. 괜히 ‘만지지 마시오’ 간판이 있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만지고 싶다 그 다음 단계가 있다. ‘내 마음대로 상대방 생각을 안 하고, 상대방을 자의식이 없는 물건취급하고 만지고 싶다’라는 거다. 그 경계선을 꼭 넘어놓고서 ‘만지고 싶은 게 왜 문제냐’ 이럴 지랄을 떨 것이 명백하니까 권장하지 않는 거다. (우뷰녀에게는 손 안댄다,라는 말이 여자들에게 기분 나쁜 것도 같은 이유다. 상대방 생각이 아니라 상대방 물건의 ‘소유주’를 걱정했다는 거니까)

 

 

미안하지만 이 기준은 상대방 성별에서 봤을 때 가늠이 된다. 그러니까, 지금 여자들이 펄펄 뛰는 것에 남자들이 그렇게 이해해 주면 좋겠다. 지금 니들 행동이 그 선을 넘었다는 것으로. 이러면 우리 기분 생각 안 한 거다, 그러한 경고로. 여자들이 남자 아이돌의 근육에 질퍽한 시선 보내는 것에 남자들도 매우 불쾌해 하는 것 알고 있다. 남자들도 질퍽한 시선과 반짝하는 시선의 차이 쯤은 알고 있다. (아줌마가 어쩌네 그런 거 말고, 여친 뭐 하나 하고 여자 커뮤니티 들어갔다가 적나라한 희롱에 자기 일 아닌데도 울며 나온 남자들 많은 거 안다) 그러니까 지금 여자들이 화 내는 것에 그냥 토닥토닥을 해 주시면 ㄳ하겠다.

남자들이 여자들더러 변덕이 죽 끓는다, 앙탈한다 뭐라고 하는거, 상당수가 역치를 모르는 데서 온다. 여자는 정말 사심없이 ‘우리 강강술래를 하자꾸나’라고 했는데 남자가 ‘아 너는 내가 아무데나 더듬어도 되는 여자구나’라고 반응을 한다면 당연히 싸닥션이 날아간다. 그런데 남자는 ‘아니 왜 그러길래 애시당초 손을 내밀어. 왜 앙탈이야’라고 하는 셈.  가슴을 보여준 것에 남자들이 좋아하는 것까진 이해하는데(그러라고 한 거 맞으니까) 가슴 보여준 여자라고 막 대하는 티를 내서 인성수양 더 하라고 한 소리 듣는 건 이해햐셔야 한다는 뜻이다. 침 질질 헬렐레 했어도, 그에 대한 비판을 이해하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된다. 그 ‘막 대한다’의 기준은 되도록이면 상대 성별에 맡기자.

 

 

* 추신 : 예전에 읽은 책 중에 ‘강간충동’이라는 게 있는데(의외로 괜찮다. 근데 절판이다…) 거기서 허걱 소리나는 사례 하나가 있었다. (분명 그 책에서 나온 사례일 거다. 지금 그 책 확인을 못 해서..) 프랑스니까 가능했던 거 같긴 하지만. 남자가 여자를 강간하려고 했는데, 여자가 저항하니까 남자가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빌었댄다. OTL 근데 그 다음이 히트. 그러자 그 여자가 그 남자를 받아들이고 섹스를 했다는 거. OTL 그러니까, 여자 입장에선 잘못했다는 지적을 듣고 사과를 하는 남자라는 점을 중시 여긴 것이다.

이것하고 뭔가 아리까리하게 비슷한 <위기의 주부들> 에피소드 하나. 리넷 남편 톰이 결혼기념일 섹스를 하면서 남자가 뭔가 투자를 해야 섹스가 돌아온다고 하자, 리넷이 바로 섹스파업에 돌입한다. -_-;;; 그러자 톰은 싸구려 술집에서 만났을 때는 별 일 없었지만 비싼 레스토랑에 간 날 첫 섹스를 하지 않았느냐고 말한다. 이에 리넷 왈, 그건 싸구려 술집에서 만나서 집에 바래다 줄 때 아파트 복도 전등이 나간 것을 보고 (레스토랑에 가기로 한 날) 그걸 걱정하면서 새 전구를 사다 줬기 때문이라고. 단지 걱정해주면 되는 거냐고 그거 하나면 되는 거냐고 눈 껌벅껌벅하는 남편하고 바로 천국에 돌입하는 리넷 씨 되시겠다. 이걸 리넷의 앙탈로 읽느냐, 아니면 지적으로 읽느냐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괜히 강조하겠다.

 

* 뻘추신:  나꼼수 팀이 열흘 동안 헬스해서 애니 레보비츠같이 남자 야하게 잘 찍는 사진사한테 시켜서 자기 식스팩에 꿀벅지에 언니들아 미안해써 하지만 정봉주 싸랑해줘 라고 하면 쪼금 봐줄지도… 조건은 여자 눈에 섹시하게 찍어서 여자들이 킬킬대고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거. 그 양반들 식스팩보다 여자 눈에 섹시하게 사진찍기가 더 힘들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