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내추럴 팬픽션] 다면체

그러니까, 이것은. 음.. 말하자면 예전같으면 엑스파일 팬픽션 사이트가 있어서 거기 자유란에 우격다짐으로라도 껴 넣었을테지만, 이젠 그걸 아니하는 고로(팬픽사이트도 전면 개편하려 하는데 아직 제대로 된 컨셉이 ;; ) 여기다 쓰는 것임다. 그리고 이것을 여기에 쓰는 것은 바로 다름아니라 바로 아래 게시글에서 볼 수 있듯 lukesky님께서 그 아이디어 좋다는 말씀 하나 때문에 “!” 하고서 오밤중에 삘받아 두 시간만에 써 버렸기 때문입니다. 자막도 하루가 넘어 하는데 팬픽이 두 시간 안에 했으니 그 질은 마음대로 상상하시고. 그리고 제가 정상적인 여성향과는 거리가 백만광년이므로 그런 것을 상상하시고 들어오신 분들은 낚였다고 광분할 요량이 높으니 매우매우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헥헥헥.
* 이 글은 CW, 에릭 크립키 제작의 드라마 ‘수퍼내추럴’의 팬픽션입니다. 저작권에 해를 끼칠 의향이 전혀 없습니다.
* 이 글의 시간대는 시즌 5 10편 이후입니다. 따라서 최신 에피소드를 안 본 분들에게는 “?????”의 연속입니다.
*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여성향 찾으러 들어오신 분들에겐 그야말로 기함할 설정의 연속… OTL
* lukesky님은 반드시 감상문을 써 주셔야 함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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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면체
1
시체 안치소답게 형광등 불빛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바비가 질질 끄는 휠체어 소리를 빼고는, 주변은 적막했다. 바비는 무릎 위에 비닐백 하나를 놓은 채 시체를 검사하는 방에 들어갔다. 검사용 탁자 위에는 아직 육안검사도 하지 않은 듯 시체 자루 하나가 놓여 있었다. 바비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하자 옆의 검사관이 몸을 기울였다.
“열어드릴까요? 확인하시겠어요?”
검사관은 이런 일을 워낙 자주 봐 왔다. 지금이야 조용하지만 곧이어 언제 울음으로 바뀔지 몰랐다. 특히 저렇게 뭔가 억누르고 있는 얼굴을 보면 십중팔구였다. 바비가 고개를 끄덕이자, 검사관은 천천히 자루의 지퍼를 열었다. 바비는 정말로 믿을 수가 없었다. 검정색 시체 자루 안에서 창백한 카스티엘의 얼굴이 보였다.
“아는 분, 맞아요?”
“네.”
바비가 탁자 위에 가만히 손을 뻗고서 말을 꺼내지 못하자, 검사관이 잠시 자리를 비워 주기로 했다.
“한 15분 쯤 후에 돌아오겠습니다. 저기 경찰한테 말 해 두죠.”
2
어제였다. 샘과 딘이 시애틀에서 전화를 걸어 왔다. 도대체 기름값은 얼마가 든 거냐고 묻고 싶은 충동을 참고 바비는 둘이 하는 얘기를 들어 봤다. 물론 자기들이 상대하는 게 뭐냐고 묻는 것이었지만.
“니들이 쫓는 귀신은 그냥 귀신이 아닌 겨. 시애틀 원주민 주술과 관련된 거여서 좀 다르게 해야 할 거다. 그거 관련한 책이 있기는 한디…”
“그런데요?”
“그 책이 켄터키 주립 도서관에 있어.”
“…”
“여까지 와서 나 데려다 줄려?”
“…”
“인터넷 잘 뒤져 봐. 요즘은 이북도 많이 나왔다고 하더먼.”
전화를 뚝 끊고 돌아보자, 카스티엘이 멍하니 서 있었다.
“오늘도 허탕인겨?”
“그렇다.”
“뭐 내가 대접할 건 없고. 샘과 딘은 지금 서부 해안에서 인디언 귀신 쫓고 있어. 근데 내가 도와주려면 주립 도서관까지 가야 하니까, 좀 쉬고 있어.”
“괜찮은 건가?”
“내 다리 얘기하는 겨? 주립 도서관이니 경사로는 잘 만들었겠지.”
“그런데 이렇게 늦은 밤에도 도서관을 여나?”
그 말을 듣고 나니, 바비는 지금 시간이 저녁 9시가 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사실은 이런 때 들어가서 싫컷 뒤져야 하는디 말여.”
불만스럽게 돌아서는 바비 등 뒤에서 카스티엘이 한 마디 했다.
“내가 데려가 주마.”
바비가 무슨 소리냐고 돌아서는 때 카스티엘은 바비의 이마에 손을 짚었다. 어느 새 어둠에 적막하게 깔린 주립 도서관이었다.
“신화나 전설, 종교 관련 서적 코너로 데려가 주면 더 좋겠는데? 저기 3층 난간 보이지? 저 자리여.”
3
“저 위에 있는 책 다섯 권이다. 뭘 찾는 건가?”
“시애틀 인디언 전설 찾는 겨. 그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지금도 낑낑거릴 텐디, 나 같은 늙은이라도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겄어? 이것들은 아니구먼. 도로 꽂아야 겠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카스티엘은 어느 새 저쪽 책장 사다리에 올라가서 다른 책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바비는 앞으로 도서관을 갈 때는 어떻게든 카스티엘을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전설 기록은 정말로 엉망이군. 인간들은 자기가 본 걸 그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
“그래서 연애를 하잖여.”
카스티엘은 무슨 소린지를 몰라서 눈만 껌벅였다. 옆쪽 칸으로 가서 다른 책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 각 종교마다, 전설마다, 신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각 종교는 절대자를 찾으면서도, 정작 구하는 것은 자기 마음에 맞는 신이었다. 자기가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가 있어야 하는 신.
“너는 신을 믿나?”
뜬금없는 카스티엘의 질문에 바비는 고개를 들었다.
“나더러 신을 믿냐고? 뭐, 잠자리에선 많이 찾긴 했어.”
“자기 전에 기도하는 거 말인가?”
도저히 농담이 통하지 않았다. 바비는 카스티엘을 데리고 도서관을 오는 것을 다시 심각하게 고려하기로 했다.
“이 수많은 책들을 보면, 각자 자기가 진리를 찾는다고 생각하지. 그러나 다른 쪽에서 보면 분명히 오류가 보여. 인간이 보는 진리란 전체의 한 부분만이며, 다른 면을 돌려서 볼 생각을 못 하는 거다.”
“그러면 천사님들이 좀 도와줘야지, 그냥 뒤집어쓰기만 하면 되나?”
“인간들은 자기를 다스릴 생각은 안 하고 남의 부족함을 짚는 것만 발달했군.”
바비는 처음으로 카스티엘이 비꼬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거구먼. 조금 더 찾으면 나오겠어.”
카스티엘은 도로 책장위에 올라가 이것저것 뒤지기 시작했다. 그때, 책장 안 깊이 먼지를 쓰는 책 한 권이 보였다. 그 책에 손을 뻗던 카스티엘은 갑자기 손을 멈추고, 주머니를 뒤졌다. 신을 찾는 부적, 그냥 봐서는 별다른 게 느껴지지 않았다. 카스티엘은 그 책을 집어 들고 부적 가까이 대었다.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분명히 부적이 어딘가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책을 펼치자, 종이는 거의 바스라져 흩어졌다. 기겁을 한 카스티엘은 바비 앞으로 가서 책을 조심스럽게 펼치기 시작했다. 글씨를 읽기 힘들 정도로 날강날강 했고, 기실 책이라 불러주기도 힘들었다.
“그게 뭐여?”
“나도 자세히 모르겠다. 이게…”
카스티엘은 표지를 살펴보려고 했지만, 이미 표지도 문대어 닳은 상태였다.
“이게 아버지를 찾을 단서가 될 것 같다.”
바비는 카스티엘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나는 것을 봤다. 이럴 때, 바비는 카스티엘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현실에 발을 붙이지 않고 완전히 다른 차원에 있는 존재란 생각이 들었다. 카스티엘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책은 가루가 되어 떨어졌다. 카스티엘의 표정이 점점 나빠지는 것을 본 바비가 나섰다.
“여기, 여기. 그 책 이리 줘. 조심해서. 내 여기 비닐 지퍼백이 있으니 여기 담아 가자구. 우리 집에 아마도 이런 고서적 용 고정액이 있을 거여.”
바비의 말에 카스티엘은 여전히 파랗게 질린 얼굴로 책을 조심스럽게 넘겨주었다. 바비는 비닐 주머니에 책을 넣고 밀봉한 다음 가방에 조심스레 집어넣었다. 그리고 이 도서관에 진짜 온 목적, 샘과 딘한테 전설을 알려주기로 했다.
“전화를 안 받는디?”
“자고 있는 건가?”
“그건 아니여. 얘들 한 번 일 맡으면 잠 따윈 안 자. 아마도 못 받는 사정이 있겄지.”
그건 꼭 틀린 말은 아니었다. 샘과 딘은 한참 유령과 치고받고 있었다.
“문자로라도 쏴 줘야 겠구먼.”
카스티엘은 초조하게 바비가 조물조물 문자를 넣는 것을 보고 있었다. 한 번 끝났나 싶더니, 또 하기 시작했다. 역시 140자에 모든 것을 넣기는 어렵지. 안 그래도 문자 찍는 속도가 느린 바비였기에, 카스티엘은 시선을 난간 아래로 돌렸다. 로비는 어둠에 쌓여 있었고 비상구 표시등만 푸르스름하게 빛나고 있었다. 카스티엘은 뭔가 수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장 옆을 천천히 뱅 돌아서 보다가 발길을 멈췄다. 한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카스티엘.”
바비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4
“널 이런 데서 찾을 줄은 몰랐다.”
카스티엘은 조심스럽게 책장 옆으로 갔다. 바비는 카스티엘이 보관해 달라고 한 책을 가방에 넣고 품에 꼭 끌어안았다. 분명히 천사였다.
“반역자가 이렇게 돌아다니다니, 네 자신이 뻔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던가?”
한 두 명이 아니었다. 저쪽에서 한 명, 또 저쪽에선 두 명. 이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카스티엘은 갑자기 책장 옆에 손을 얹었다. 눈부신 빛이 비치더니, 그 천사가 그대로 사라졌다. 어느 새 카스티엘은 문양을 그려 놓은 것이었다.
카스티엘은 다미엘에게 덤벼들었다. 둘은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서로 제압하려고 했다. 서로 멱살만 잡고 꼼짝 못하는 상황이 되자, 다미엘이 숨을 몰아쉬었다.
“카스티엘, 설마.”
“어서 우릴 보내 줘. 더 이상 형제들과 싸우긴 싫으니.”
“이렇게까지 힘이…”
그때, 바비가 다미엘의 뒤에서 두꺼운 책을 들어 던졌다. 다미엘은 카스티엘을 집어 던지더니 홱 돌아서 바비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바비는 휠체어에 앉은 채로 축 늘어졌다.
“바비, 설마…”
“죽이지 않았다.”
다미엘은 쓰러진 카스티엘의 멱살을 잡고 일으켰다. 카스티엘은 손을 빼려고 힘을 줬지만 그냥 버티는 정도였다.
“그 분을 뵈었나?”
“뭐?”
“널 살려내신 분. 지금 정도면 만났어야지?”
“전혀…”
그 말에도 다미엘은 카스티엘을 붙잡은 손에 여전히 힘을 놓지 않았다.
“카스티엘, 넌 그분을 이해하지 못해.”
“우리 모두 이해하지 못하지.”
“아니, 난 지나치리만큼 명확해.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배운 교훈이야. 인간은 뭐든지 간에 높고 낮음을 재는 게 취미야. 그렇지만 우습게도 자신들이 낮다고 인정하기는 싫어하지. 그러면서도, 높은 자에게 무릎을 꿇는 자신을 어떻게든 변호해. 그건 자기가 비천한 게 아니라 신앙이라고 말을 하지. 그게 인간이란 벌레들의 기만이야.”
“인간 역시 아버지의 피조물이야. 다미엘. 우리야말로 인간이 우리와 같은 지위에 있는 것을 부인하는 거 아닌가? 나보다 나약한 존재가 같다는 걸 받아들이기 싫은 것이지. 그게 오히려 진짜 불경의 시작일 지도 몰라.”
다미엘의 표정이 변했다.
“이런…”
“다미엘, 부탁이야. 바비는 보내 줘.”
“넌 진짜로 타락한 천사로군. 감히 인간과 천사를 같이 볼 수 있다 생각하다니. 난 널 살려주러 왔는데 말이지. 갑자기 그러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나는데?”
그 말에 카스티엘의 안색이 변했다.
“설마, 다미엘. 넌…”
다미엘은 카스티엘에게 얼굴을 바싹 들이댔다.
“지금 지상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버지가 아니야. 우리의 위대한 형제들이지. 정말로 아버지께서 널 살렸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버지는, 그래, 우리의 아버지는 마치 이 도서관과 같아.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며 진리의 빛이지만, 우리가 찾아내지 않으면 나타나지 않아. 그리고 근본적으로…”
다미엘은 카스티엘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도서관은 우리가 채우는 거야. 알겠어? 아버지란 존재는, 아버지의 지위는 바로 우리들이 만든 거야. 이런 생각 안 해 봤나? 정말 아버지가 우릴 만들었을까?”
“난, 난 그런 일은…”
“안보이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내 자신의 존재 자체에 질문을 던져봐. 아버지라는 게 환상일 수도 있단 생각 안 들어?”
“루시퍼가 지상에 현현한다 해서, 진리가 될 순 없는 거야.”
그 말에 다미엘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최소한 루시퍼가 땅 위를 지배하는 것은 알고 있군. 좋았어. 그게 첫 출발이지.”
카스티엘은 그 말에 다미엘의 팔을 뿌리쳤다. 그리고 있는 힘껏 몸을 날렸다. 다미엘과 책장이 우르르 무너지면서 같이 책더미에 묻혔다. 다미엘은 카스티엘의 얼굴을 쳤다.
“형제, 다른 천사들이 올 때가 다 됐다. 왜 그분이 널 살렸을까, 왜 너같이 양쪽 모두에 반항하는 골칫덩이를 죽이지 않고 봐 준 걸까 깊이 생각해 봐라.”
카스티엘은 숨을 몰아쉬면서 대답했다.
“반항아니까 반항아를 좋아할 지도 모르지.”
그 말에 다미엘은 미소인지 찡그림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분이 널 살려두려는 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유는 있겠지.”
그리고 카스티엘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카스티엘이 지르는 비명과 함께, 눈부신 빛이 도서관 전체를 뒤덮었다.
5
바비는 탁자 위에 손을 뻗은 채 여전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아침이 되었고 교대하러 온 도서관 경비가 얼이 빠진 채 경찰을 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3층은 물론 로비까지 유리란 유리는 깨지거나 금이 가 있었다. 그제서야 바비는 자기 앞에 카스티엘이 쓰러진 것을 보았다. 그리고 3층 바닥에, 또한 3층 난간 아래에 걸쳐 그을린 듯한 천사의 날개가 그려진 것을 보았다. 바비가 다가갔지만, 카스티엘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내려가서 맥박이라도 짚어보고 싶었는데,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몇몇 구급대원이 와서 자기와 카스티엘을 점검했다. 그리고 카스티엘이 죽었다면서 얼굴을 덮어주었다.
바비는 정말로 믿기지 않았다. 자기가 알기로는 천사를 죽이는 방법은 뒤에서 목 뒤를 찌르는 것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카스티엘은 어디에도 찔린 자국이 없었다. 그저 미동도 않고, 차갑게, 굳어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다미엘이라는 천사가 자기를 그냥 기절만 시킨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만일 말 그대로라면 이미 자기는 천사들 군대에 붙잡혀가서 인질 노릇이나 하고 있어야 했다.
바비는 최대한 카스티엘한테 가까이 다가갔다.
“이거, 보관하라고 한 책이여. 어떻게든 봐야 하지 않겄어?”
하지만, 그 책은 이미 거의 가루가 된 상태였다. 비닐백 안에 넣어두기는 했으나 다미엘과 몸싸움을 하는 와중에 어딘가 부딪쳤고, 거의 형태가 남지 않았다. 더 말을 하려고 했는데, 목소리가 떨려 잘 나오지 않았다. 카스티엘 옆에 그 책을 놓고, 품 안을 뒤져서 딘의 부적을 찾아냈다.
“… 이거랑 같이 찾아야지.”
그때였다. 바비는 분명히 그 부적에서 연한 빛이 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카스티엘이 약하게 숨을 쉬는 것을 보았다.
“카스티엘?”
“… 바비.”
자길 부른 건지 숨을 몰아쉰 건지 구별이 잘 안 갔지만, 분명히 카스티엘이 말을 하고 있었다. 바비는 최대한 손을 뻗어서 지퍼를 마저 열었다.
“살아 있는겨?”
“… 그렇다.”
“그 다미엘인지 뭔지가 살려 준 거여?”
“… 날 죽은 것으로 위장한 거 같다.”
“고맙다는 분위기가 아닌 겨?”
카스티엘은 가냘프게 눈을 뜨더니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인간이 보는 진리란 전체의 한 부분뿐이고 다른 면을 돌려서 볼 줄 모른다고 했지. 내 그 말 사과하겠다. 천사도 마찬가지야.”
“다미엘이 뭐라 그런 겨?”
“천사들 역시 진리를 보는 눈이 흐려졌다는 것이지.”
그때 검사관이 들어왔다. 시체 검사실에는 빈 자루가 탁자 위에 놓여 있을 뿐이었다.
(C) w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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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Replies to “[수퍼내추럴 팬픽션] 다면체”

  1. 아아, 저 이런 글 너무 좋아요. ㅠ.ㅠ 전 원래 팬픽이란 극중에서 잘 그리지 않는 부분이나 인물을 파고드는 게 정석이라고 생각하는지라. 바비 아저씨의 사투리도 적절하게 살아있군요. 꺄아.
    생각해보면 카스티엘이 신을 찾을 확률은 희박하죠. [크립키가 미쳤다고 ‘자, 하느님이 나타나셔서 모든 게 해결되었습니다’를 집어 넣지 않는 한.] 그런 점에서 카스는 윈체스터 형제들보다도 더 허무한 것을 찾고 있는 셈이네요. 게다가 인간의 종말을 막는다고 해도 형제와 달리 거기서 끝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다미엘 같은 캐릭터가 진짜로 나오면 재미있을 텐데. ^^* 지식의 천사인가 하고 찾아봤더니 ‘베를린 천사의 시’가 나오는군요. 그러고보니 그 도서관에는 천사들이 가득……크로스오버입니까!

    윽, 근데 이런 걸 어떻게 두시간 만에 쓰시나요. ㅠ.ㅠ 게다가 저런 철학적인 대화를.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 왠지 제가 다 뿌듯하네요, 와하하하핫. 이런 아이디어가 있으면 앞으로 팍팍! 연성하시는 겁니다. 제가 기쁘게 댓글 달아드릴게요! [하, 하지만 '감상문'은....쿨럭.]

  2. 일전에 황금나침반 3부작 얘기하면서 언급하는 걸 까먹었는데, 수퍼내추럴 세계관이 지금까지는 그 소설 세계관하고 기본이 닮았어요.

  3. lukesky/ 오옷, 벌써 읽으셨군요!!!! ㅎㅎ … 저는 캐스 삽질하는 거 보면 어찌나 가슴 아픈지… 당황해서 어정어정거리면 얼마나 어깨 두드리고 싶은지… 아핫, 태그 보고 딱 맞추시네요. 다미엘 이름은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온 거 맞아요. 이름 짓고 나서 둘이 치고받고 하는 데를 도서관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결정했죠. 이런 것을 두고 오마주라 주장하렵니다. 으헐헐.
    수퍼위키의 Cas 항목을 보면 Cas냐 Cass냐 얘기하면서 ‘베를린 천사의 시’에 나오는 카시엘(Cassiel) 때문에 저리 쓴 거 아니냐고 누가 얘길 했더라고요. 그 때 ‘아하 이름 여기서 짓자’ OTL 사실 생각은 두 편을 했는데, 저건 뒷쪽 이야기에요. (둘 다 여성향과 백만광년) 앞 쪽에는 캐스를 찾아오는 천사가 여자고, 뒤 쪽은 천사가 남자에요. 이름은 당연히 마리온과 다미엘입니다. 으헐헐헐. 이름짓기 귀찮아요. 여하튼 두 편 다 삽질하는 캐스의 속을 벅벅 긁어 놓는 형제 자매들… 저도 알고보면 Angst입니다. ;;;
    전 시즌 5 세번째 에피소드에서 캐스가 바비한테 딘 어딨냐고 물어봤다는 말에 뒤집어졌어요. 아하, 이거군화!! 이러고 얼쑤를 외쳤거든요. 샘과 딘이 하도 찰떡이라서, 이 둘하고 캐스를 같이 놓는 게 좀 쉽진 않더라고요. 근데 다들 거기엔 한 마디도… 쿵. 감상문 길게 써 주시면 저야 더 감사죠!!! ㅎ

    nightowl/ 얘기 하셨어염. ㅎ 근데 황금나침반은 영화 더 안 나오는 거죠? 요즘 들어서 CG 아닌척 쳐바르는 판타지는 극히 자제하는데요(누구 말로는 “그게 영화냐! 그림책이지”) 그래도 그렇지 분명 케이블 방송 몇 번씩 기회가 있었는데 다 놓쳤어요. OTL

  4. 그렇잖아도 저도 언제 말씀드린 것 같아서 검색했는데 안 나오더라고요;; 후속편은 1편 반응이 매우 안좋고 흥행성적이 나빠서 나올지 안나올지 모른다는 데까지만 들었습니다. 어차피 소설이 더 나은데 그것도 그다지 아주 좋진 않았어요 저는.;;

    근데 Cass면 Cassandra의 애칭도 된다는 거 아시나요?^^

  5. 아아아..바비의 농담과 농담이 통하지 않는 캐스 끅끅끅 으아ㅏㅏㅏㅏ 너무 좋습니다.
    정말 인물 형상화가 잘된걸요!! 그 부적이 그런 쓰임새라는 설정도 너무 좋아요.
    저도 이런 팬픽 너무 좋습니다!!! 격하게 환영합니다!

  6. nightowl/ 만났을 때 얘기로 해 주셨거든요. 히히. 해리 포터도 안 읽은 전데.. 소설 포기입니다.
    깜장토끼/ 흑흑흑흑 고맙습니다 T.T (이러다 진짜 또 쓸지도 모릅니.. -_-;;)

  7. 와 정말 멋진 팬픽입니다. :) 재미있게 잘 봤어요. 본방에서 잘 안나오는 캐스를 여기서 만난듯 반갑네요 ;ㅁ;

    1. 아아 고맙습니다 T.T 정말 가뭄에 콩나듯 나오는 카스티엘 너무 그리워요.

  8. 꺄!
    바비 아저씨… 사투리 쓰는 바비 아저씨 사랑합니다. 그래서 연애를 하는 거지! 굿~ 나이스~ 바비 옹! 잠자리에서 갓을 많이 찾으셨군요. 으헤헤헤
    멋진 글을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캬~ 멋집니다.

  9. 다 읽었습니다/// 바비랑 캐스 콤비 만세! 캐스 죽었다고 슬퍼해주는게 참 좋고, 고맙고, 그러네요. 딘 이녀석은 참… 앞으로도 계속됐을 바비와 캐스의 도서관 데이트가 생각나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뭐, 도서관 입장에서는 고문서와 책 분실건수가 크게 늘어나는 거겠지만요.

  10. 단델리온/ 고맙습니다. 히히… 바비 아저씨가 아무래도 말발로는 캐스 이길 거 같아요.
    세브/ 풉.. 저 도서관 데이트는 상상도 못 했어요. ;;; 엄훠훠. 시즌 5가 그렇게만 안 끝났으면 밥이 아저씨와 캐스의 책 훌치기가 가능했군요…. (*-_-*)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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