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왜 가는 건가

 

이 글 읽다 보니 초큼 기분이 아니올시다다.

“서남표를 위한 변론” http://hook.hani.co.kr/archives/25497

 

 

그러니까 요지는, 카이스트 외부로 시선을 돌리면 카이스트라는 거 자체가 일종의 승자독식이라는 건데.  거기까지 지적은 나도 맞다고 생각한다.  꼬리꼬리한 건, 그걸 왜 서남표를 위한 변론에 쓰는 건가?

 

나는 대학이라는 것은 원래 공부를 잘해서 가는 게 아니라 공부를 하고 싶어서 가는 곳이라 믿는다.  큰 학문, 고등교육까지 마친 후에도 더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곳 말이다.  그래서 카이스트의 존재를 이렇게 본다. 원래 대학이라는 것은 공부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사회가 마련해야 할 공적자본 아니 뭐랄까 인프라라고 본다. 그래서 지금 당장 전체를 그렇게 해 주지 못하니까 일단은 공부를 잘 하는 애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확률이 높다고 보고, 공부하라고 지원해주는 일종의 중간과정으로 본다.  나는 장학금을 우수한 얘들한테 주는 게 아니라 열심히 하는 애들한테 주는 것이라 보고, 그 열심히 하는 기준을 일단 부족한 우리 인간의 한계 때문에 성적 좋은 애들한테 준다고 정했다고 본다.

 

복지는 특혜로 변질되는 것이 아니고 사라질 뿐이다. 특혜는 차별의 당의정 입힌 이름일 뿐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와서 전액장학금을 받는 게 혜택이라고? 나는 그 발상 자체가 우습다고 본다. 그게 다른 대학생들에 비해 혜택으로 보일만큼 전전긍긍한다면, 다른 대학교가 좋은 학교가 되면 되는 것이지, 왜 좋은 대학을 손을 보려고 하는 건가?  전액장학금을 줘서 좋은 대학이라고 자랑하자는 건가? 좋은 대학이란 전액장학금을 줘야 하는 게 아닌가? 공부하겠다는 애들한테 공부를 시켜야지 성적을 올리라고 닦달하는가? 공부하는 학생의 경쟁자는 자기 자신이고, 옆의 친구들과는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공부가 된다.

 

저 글에서 진짜 이마에 힘줄 빠직 돋게하는 건, 저 글에선 장학금이라는 걸 일종의 공부 잘하는 것에 대한 ‘시혜’로 본다는 거다.  장학금이란 시혜가 아니다. 보조해주는 거다. 앞으로  이곳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더 큰 깨달음을 얻도록 보조해주는 역할을 하는 게 진정한 역할이다.  미안하지만 저 글을 쓴 사람은 우수한 학생을 걸러서 지원해주는 게 서남표식 방식이라고 지적하면서,  공부하는 애들 돈 주는 게 은혜베푸는 거라 생각하는 서남표식 방식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는 거다.

 

카이스트 나온 애들이 이 나라에 도움 주느냐고 묻는다면, 언젠간 주지 않겠는가? 하고 대답하는 거 말고 뭐가 있을까. 당장 그 애들이 하는 게 없더라도 그 애들이 애를 낳아서 키울 때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그 애들은 길어야 10년도 안 되는 기간을 그곳에서 보내고, 더 많은 세월을 사회에서 보내면서 자기가 받은 것을 남에게 다시 줄 수 있다. 그 가능성을 왜 싸그리 무시하는 것일까?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걔들이 공짜로 공부하고 나서 아무것도 사회에 공헌 안 할까봐 걱정된다고? 그정도로 거기 나온 애들이 사람됨이 덜 되었다고? 이건 뭐 학생들을 믿지 못하는 사회의 문제인 거 같다. 니들 공짜로 돈 받고 공부 열심히 할지 안할지 모르니까 벌금 내라, 니들 공짜로 학교 다니면서 거기에 대해 기대부응을 못하면 특혜가 되는 거 아니겠냐, 등등등. 대학이라는 것을 나온 사람의 인성을 우리가 의심해야 한다면, 그건 그 정도로 학생을 못 믿는 대학과 사회의 문제라고 본다. 그곳을 나와서 입 싹 닦는 학생의 문제는 다다음쯤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