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유럽 여행 (1) – 여행준비

올해 상반기만이 아니라 올해 제일 좋았던 일로 유럽여행을 다녀온 것을 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작년에 가려고 했다가 일이 생겨서 여행 열흘 전에 다 취소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그 일이 다행히도 나쁘게 되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정신이 조금 들자 그 여행 계획했던 것이 아깝기도 하고 기회가 늘 오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여행의 목적을 아주 간소하게 잡고 가기로 했습니다.

프라하에 가서 맥주를 마신다.

네. 정말로 저것만 생각했습니다 -_-;;;

프라하에서 좀 오래 있고, 프라하에서 밀라노로 비행기를 타고 가서 밀라노에서 기차로 피렌체로 이동하는 코스를 짰습니다. 그래서 비행기를 예매하면서 다구간으로 예매를 했는데 프라하-밀라노 구간까지 사는 건 복잡하게 되더라고요. 결국 이렇게 했습니다.

  • 직항 다구간 예매: (여행사 통해서 구매) 인천공항 출발 –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공항 도착, 로마 피우미치노( 다 빈치 )공항 출발 – 인천공항 도착
  • 체코항공 편도 예매: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 프라하 바츨라프 공항 출발 – 밀라노 말펜사 공항

국내 항공표 예매는 제가 늘 하던 땡처리닷컴 https://072air.com/ 여기서 했습니다. 인터페이스가 익숙해서 저기를 하는 거라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 체코항공은 https://www.csa.cz/kr-ko/ 한국어를 지원합니다. 만일 프라하만 왕복으로 다녀온다면 체코항공에서 직접 예매를 하는 것도 좋을 거에요. 그리고 대한항공의 프라하 직항은 체코항공을 통해서 보내기 때문에 서비스의 차이가 없습니다. 프라하에 한국인 여행객이 참 많다는 사실은 나중에 바츨라프 하벨 공항에 내려서 실감합니다.

프라하에서 밀라노로 비행기 일정을 넣으니까 좀 애매하기는 했어요. 주말에 이동하다 보니 비행기 편이 있는 시간대를 맞춰야 하는데, 어떤 날은 아침 7-8시 출발 어떤 날은 오후 5시 출발 이러더라고요. -_-;;; 하지만 아침 비행기는 저는 그다지 추천하지 않습니다. 일찍 일어나는 건 둘째고, 그 시간까지 공항에 가는 수단이 굉장히 줄어들어요. 공항버스 시간이 언제인가 확인해 보면 그 시간은 정말 짐을 가볍게 들고 다니는 승객 위주라는 판단이 들어서 프라하에서 하루 일정을 더 늘리고 오후 비행기를 타기로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맥주를 강같이 마시는 게 목적이었음)

여행 중간에 비행기를 한 번 더 타기 때문에 짐을 잘 싸는 게 중요했습니다. 정말로 짐을 몇 번을 넣다 뺐다 그랬는지 ㅋ 이번엔 카메라는 아예 안 넣고 대신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이 그 자리를 차지했죠.

날씨가 관건이긴 한데, 올해같은 경우는 5월 말까지 꽤나 쌀쌀했고, 비도 자주 왔습니다. 그래서 결국 세 번은 넣다 뺐다 했던 얇은 패딩을 넣었어요. 가기 바로 얼마 전에 로마에 여행을 간 친구분이 사진을 올렸는데 무려 로마에서 사람들이 패딩을 입고 다니더라고요. 그리고 이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여행지에서는 접이식 배낭을 시장바구니(…) 용도로 메고 그 위에 패딩을 걸쳐 입었습니다.

물론 모든 게 계획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목적은 프라하의 맥주를 다 마셔버리겠다는 패기였으나 역시 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아 이게 아니고 제 인생은 시트콤인데요. 날짜를 5월 상순이 아니라 하순으로 잡은 이유가 다른 사정도 있었지만 프라하 맥주 축제(5월 하순~6월 상순)에 맞춘 것이었는데 세상에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행 가기 두어 달 전에 한 건강검사에서 식도염 진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어엄 그 이전에 프라하 맥주 축제가 취소되었더군요 -_- 왜조 http://www.ceskypivnifestival.cz/ 이 글을 쓰는 순간인 2019년 7월은 취소라고 대문에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군요. 독일의 옥토버페스트에 비해서 사뭇 작고 소박하다는데 그게 더 매력 아니었단 말입니까 ㅠㅠ (일산 막걸리 축제가 아주 크지 않기에 열광하는 광인)

여튼 그래서… 내게 강같은 맥주 이것은 어쨌거나 포기하게 되었고 맥주 축제 대신 프라하 근교인 플젠의 필스너 우르켈 공장 견학을 가기로 했습니다. 필스너 우르켈은 이제 한국에서도 그만하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브랜드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그곳에서 갓 나온 맥주를 마셔볼 수 있다는 게 정말 매력이죠. 영어로도 예약을 받고, 영어로 하는 투어가 따로 있습니다. 박물관만 견학하는 투어, 지하 저장고만 견학하는 투어, 두 장소 모두 가는 투어 이렇게 나뉘니까 선택하면 됩니다. 저는 공장+지하저장고 모두 가는 투어(100분짜리)를 선택했는데, 기왕 가는 김에 그걸 추천합니다. 영어 사이트 주소는 http://prazdroj.colosseum.eu/prazdroj/list 입니다.

그리고 무하 박물관과 가까운 곳으로 숙소를 잡았습니다. -_-;;;; 일찍 가서 줄 서려고요. 그럴 필요는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문 여는 거 기다렸다가 들어가서 바로 접수하고 들어갔는데, 곧이어 줄이 길게 서더군요. 가이드 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오면 줄이 쫙 길어져요. (무하 박물관을 예매한 줄 알았더니 아니었더군요. 벌써 이렇게 헛갈리면 어떻게 해) 단체관람 가이드 예약은 한국어 메뉴가 있으니 미리 해서 가실 수 있습니다. https://www.mucha.cz/kr/admission-fees-kr

밀라노에서 최후의 만찬을 관람하려고 했는데, 여기는 제가 갈 수 있는 날짜에 이미 예약이 찼다는 슬픈 이야기가. ㅠㅠ 여기는 3개월 전 예매 열리자마자 매진 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아 성당에서 현장예매를 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거의 운에 달려 있다고 봐도 됩니다. 예매는 여기서 https://cenacolovinciano.vivaticket.it/index.php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대충 준비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가기 열흘 전에 취소해야 했던 거 생각이 자꾸 나서 정말 갈 수 있으려나 싶어 기분을 자제하려고 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심지어 유로화 환전도 ㅋㅋㅋㅋ 작년에 했던 것 도로 들고 나갔을 정도였죠. 작년에는 영국을 잠깐 들릴 목적으로 파운드를 환전했는데, 프라하에서 파운드를 코루나로 환전하고 이것을 먼저 쓴 다음에 유로화를 쓰다가 이탈리아에서 마저 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이미 여행지에서 쓰려고 하나 비바2 체크카드를 만들었다가 그동안 체크카드로 쓰고 있기도 했죠.

예전에 시티카드를 쓰려고 들고 나갔는데 공항에선 사용가능했는데 정작 여행지에서 시티카드 사용이 안 되었던 열받는 사건을 떠올리며 ㅋㅋㅋㅋㅋㅋㅋㅋ 웃는 것이 아닙니다 ㅋㅋㅋㅋㅋ 여행 전에 은행 들릴 수 있을 때 들려 사용 여부 다 확인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정말 계획 없이 일단 비행기 타고 간 것이나 다름 없는데, 가고 나서 정말 즐거웠고 딱히 스케줄 없이 돌아다니는 것이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정말로 날짜가 되어 공항으로 출발합니다. 그리고 현관문을 나갈 때 반드시 여권과 비행기표를 확인합니다.